[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인터넷(IP)TV 사업자들이 자체 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음에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평가와 콘텐츠 사용료 산정 과정에서 '닐슨 시청률'이 여전히 핵심 지표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패널 기반 시청률 조사 방식이 실제 시청 행태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의 PP평가 기준에 닐슨 시청점유율이 포함돼 있어 사업자들이 이를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기술과 시장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정책 기준은 과거에 머물러 구조적 왜곡을 고착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24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IPTV·중소PP 상생협의체는 성과지표(40%) 중 시청점유율 항목에서 닐슨 시청점유율 30%, IPTV 자체 시청점유율 70% 비중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닐슨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IPTV 자체 시청 데이터는 전체 채널 시청점유율 50%, 장르별 시청점유율 50%로 반영하고, 제작비 등 투자지표(20%), 편성·다양성 지표(40%)도 평가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IPTV 이용 화면. (사진=뉴스토마토)
중소PP 시청률 '0%' 반복…정부는 "대안 없다"
닐슨은 확률 표집 방식의 가구 패널을 기반으로 시청률을 산출합니다. 그러나 IPTV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모바일·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시청 행태가 확장된 현재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시청률 1% 이하의 중소PP나 종합유선방송사(SO) 채널은 패널 내 시청자가 없으면 실제로는 하루 수만명이 시청하더라도 시청률이 0%로 기록되는 왜곡이 반복됩니다.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표본이 너무 적다 보니 하루 몇만 명이 보는 채널도 닐슨에서는 0%로 나온다"며 "IPTV, 유튜브, OTT 등 플랫폼 중심의 실제 시청 패턴을 반영하지 못해 저평가가 구조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업자들이 닐슨 의존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 기준 때문입니다. 2021년 말 정부는 공정한 채널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PP평가 기준 및 절차 표준안을 마련했는데, 이 기준에 닐슨 시청점유율이 포함돼 있습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닐슨은 국내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사실상 유일한 기관이고, IPTV 시청데이터를 확대해 활용하기 위해서는 검증과 표준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현 단계에서는 닐슨 외에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뒤처진 정책 속 닐슨만 '배 불리는' 시장 구조
닐슨 시청률 조사와 데이터 제공 서비스는 닐슨미디어코리아의 핵심 매출원입니다. 사업자들이 정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닐슨 데이터를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닐슨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닐슨미디어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22년 약 30억원에서 2023년 37억원으로, 2024년에는 55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반면 업계는 정부의 정책 공백이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PP평가 기준 및 절차 표준안은 원래 채널 해지·번호 변경·상위 티어 이동 등 특정 절차에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이었지만, 콘텐츠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IPTV 사업자들은 이를 사실상 대가 산정 기준으로 사용하는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대가 산정은 사업자 자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기준이 시장 전체에 적용되고 있다"며 "정확하지 않은 닐슨 데이터로 비용과 채널 운명이 좌우되는 모순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미지=챗GPT생성)
실사용 데이터 기반 체계 요구…제도 재검토 필요
IPTV·PP업계는 닐슨 중심 구조가 유지될수록 시장 왜곡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중소PP는 장르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 방식과 IPTV 실사용 데이터 기반 시청점유율 산정, 저시청률 채널 보호 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데이터 기반 시청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패널 기반 조사 방식만 유지할 경우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유료방송사업자와 PP 간 계약 체결 과정에서 절차·방법·기준을 정부가 가이드라인 형태로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는 평가 기준을 조정하거나 새로운 데이터 체계를 적용할 법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 가이드라인이 향후 시청점유율 산정 기준 재정립이나 데이터 검증 체계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시청률 측정 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상업적 지표인 시청률 데이터를 국내는 규제 도입 이후 정책적 지표로 활용해온 만큼 신뢰성과 대표성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전수조사에 가까운 IPTV 셋톱박스 데이터와 패널 조사를 결합한 혼합형 방식이 필요하다"며 "IPTV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행령과 고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무에서 필요한 정책 지원 요구도 제기됩니다. 김용희 교수는 "시청점유율은 광고와 콘텐츠 대가 산정의 핵심 기준인 만큼 정확해야 한다"며 "정부가 데이터 인·검증 체계와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서야 산업 전체의 데이터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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