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내년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 전 대표 출마설까지 고개를 드는 상황입니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인사들은 '당원 게시판'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범친윤도 '엄지척'…한동훈, 출마설 가능성 열었다
야당 중진인 송석준(3선)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YTN> '더 인터뷰'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통찰력이라든가 현상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능력을 보면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능력과 통찰력을 지닌 분"이라며 "이런 분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송 의원은 윤석열정부 당시 범친윤계로 분류됐습니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정부의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취소 신청 사건 승소 이후 한 전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7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당시 야권 인사로는 처음으로 "핵심 주범을 중앙지검장으로 영전시킨다는 건 국민 눈치를 보지 않고 대장동 일당 눈치 보겠다는 선언"이라며 비판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후 론스타 판정 승소에서는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취소 소송을 결정한 당사자로서 "숟가락 얹지 말라"며 정부에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 김영진 민주당 의원 등도 지난 18일 "한동훈 전 장관이 잘했다"며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한 전 대표의 상승세에 지방선거·재보궐선거 출마설도 흘러나옵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TV조선> '뉴스퍼레이드'에 출연해 "국민을 위해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다음 자리라든가 이런 걸 보고 하는 건 아니다. 아직 많이 남아 있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출마 의지를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가능성은 열어둔 모습입니다.
친한(친한동훈)계도 힘을 실었습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국회에 들어가고 싶어 내심 탐을 내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조국 대표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동훈 전 대표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 전 대표와 조 전 대표의 경합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한 전 대표가 그런 표현(출마 여부)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직은 언론이나 정치인끼리 하는 이야기로 정리했으면 좋겠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내년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몸값 오르자…'당무감사' 만지작
하지만 당 지도부에선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습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YTN>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사람을 끌어안냐 안 끌어안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가냐, 못 잡고 가냐의 문제"라며 "당원들의 민심은 당원 게시판을 반드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 전 대표의 가족 이름으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씨 부부를 비방하는 게시글이 작성된 사건입니다. 명예훼손 등으로 한 전 대표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지만 경찰은 무혐의로 결론을 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나 의원은 지난 18일 <YTN>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서 "공정한 틀로 각자 원하면 뛰게 하는 거지, 누구는 어디에다가 꽂아주고 이런 선거는 하면 안 된다"면서도 "당원 게시판 문제에 대한 진실은 밝혀야 한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관건은 공천권을 쥔 장 대표의 의중입니다. 한때 한 전 대표가 장 대표를 "소울메이트"라고 언급할 정도로 정치적 동지였지만 지금은 정치 지형도의 양 끝에 서 있습니다. 두 사람은 윤씨 탄핵소추안 가결을 놓고 갈라섰습니다. 최근 장 대표가 강성 보수층의 연대를 강조한 만큼 한 전 대표에게 공천권을 쥐여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집니다.
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가장 빠른 수단은 당원 게시판 논란 당무감사입니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유튜브 '이영풍TV'에 출연해 "많은 분이 당대표 되자마자 왜 그것(당원 게시판 논란)을 정리하지 않았냐라고 말씀하신다"며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고민을 하겠지만, 하겠다고 한 것은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 전 대표 영향력이 더 커지면 쳐내기 힘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략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명분과 시기 등에 대한 판단 없이 하게 되면, 그냥 결정을 내렸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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