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12·3 계엄 이후 내란 혐의에 관한 수사와 구속, 기소, 재판들이 매일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판에선 계엄에 관여한 주요 증인들도 소환·출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석을 거부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도 벌어집니다. 심지어 증인선서를 거부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지난 19일 법원은 공판 전 증인신문(검사가 수사에 필요한 참고인이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한 경우 1회 공판기일 전 판사에게 청구하는 증인신문 제도)에 출석하지 않은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서 의원은 지금까지 4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윤석열씨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혐의 재판의 증인으로 불출석할 의사를 밝혔다가, 법원이 구인영장을 집행하겠다고 하자 입장을 바꿔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윤씨는 일부 질문에만 답했습니다.
17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같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증인선서를 거부했으며, 질문에 대해 모두 입을 닫았습니다. 증인은 증인신문을 하기 전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한다는 선서를 합니다. 재판장은 이 전 장관에게 증인선서를 거부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는 '증인선서법은 해석하기 나름이고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선서를 거부할 수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재판장은 이 전 장관에게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형사소송의 증인이란, 법원에 출석해 자기가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는 '피고인 이외의 제3자'를 말합니다. 증인은 인적 증거방법의 하나로 자신의 경험을 진술하므로, 다른 증거에 의해 대체될 수 없습니다. 증인의 진술을 증언이라고 하는데 증언의 대상은 사실에 관한 것이고 단순한 의견이나 법적인 판단, 가치 판단 등은 증언의 대상이 아닙니다.
법원은 소환장을 송달하거나 전화, 전자우편 등으로 연락해 증인을 부릅니다. 소환장을 받은 증인은 출석할 의무가 생깁니다. 법원은 소환장을 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나오지 않으면, 증인의 불출석으로 인한 소송비용을 증인이 부담하도록 명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과태료 재판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출석하지 않으면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하는 경우 증인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한 장소에 인치할 수 있는 강제처분권도 있습니다. 증인의 구인 절차에는 피고인의 구인에 관한 규정이 대부분 준용됩니다.
출석한 증인은 신문 전에 선서를 해야 합니다. 증언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미리 위증죄의 위험을 알리고 양심에 따라 사실대로 증언할 것을 선서하도록 하는 겁니다. 증인은 친족 등의 형사책임과 관련되거나 특정한 직업에 따라 업무상 알게 된 타인의 비밀에 관한 내용은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나 증언을 거부하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형사소송법은 증인이 법원의 적법한 소환을 받으면 법정에 출석해 사실에 따라 증언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형사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핵심적인 증인의 직접적인 증언이 필수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형법은 법률에 따라 선서를 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서 피고인, 피의자, 징계혐의자를 모함해 해칠 목적으로 위증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합니다.
위증죄는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만이 주체가 됩니다.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하게 되면 법원 등에서 심리를 통한 진실 발견이 어려워지고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지므로 이를 방지하는 기능을 합니다. 소송절차에서 증언의 신빙성을 높여 증거가치가 유지되도록 하는 겁니다.
증인은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므로 가치 판단이나 평가에 관한 부분은 위증죄의 진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증인이 스스로 경험한 사실에 기초해 주관적인 평가를 한 부분에 다소 오류나 모순이 있어도 위증죄가 성립하지는 않는 겁니다. 하지만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사실관계를 법률적 표현을 통해 진술했다면 본인의 법률적 견해를 진술한 것이 아니므로 위증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증언이 있었다면 재판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는 위증죄의 성립과 관계가 없습니다.
증인은 스스로 체험한 사실을 기억나는 대로 진술하면 되고 객관적 사실에 일치하는 진술을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했다면 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더라도 위증죄가 성립하게 되는 겁니다.
법원의 소환이 있으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는 것은 사법제도를 통한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과 해결을 위해 필요한 국민의 의무입니다. 형사소송법이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 소환에 불응하거나 선서나 증언을 거부하면 법원이 일정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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