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유지웅 기자] 교착 상태에 있었던 한·미 양국의 관세 협상이 87분 간의 정상회담 후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끝에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인데요. 한·미 양국이 합의한 방식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였지만, 한국은 연간 상한선이 설정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9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 펀드를 2000억달러 현금투자, 1500억달러 조선업 협력으로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현금 직접 투자는 한국의 외환 지출 여력을 고려해 연간 200억달러로 투자 상한을 설정했습니다. 연간 상한선 설정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할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양국은 지난 7월30일 관세 타결 협상 이후 투자 구조와 분담 방식을 두고 3개월째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안 마련까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국은 3500억달러 가운데 5% 이내 수준만 직접(현금) 투자하고, 나머지는 보증 형태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는데요. 반면 미국은 일본과의 선행 합의 사례처럼 현금 투자 중심 방식을 요구하며 협상은 계속해서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특히 미국은 협상 초반부터 '전액 현금 납입'을 못 박았습니다. 이후 한국에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총 2000억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외환시장 충격과 재정 부담을 고려하면, 연 70억달러씩 10년(700억달러) 분할 납입이 한계라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었습니다.
이어진 관세 협상에서도 교착 상태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날 한·미 정상회담 전 최근 진행한 협의에서도 투자 규모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유의미한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0일 경북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간 상한선 설정 '결정적'
우리 정부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미 투자를 진행하기로 한 일본의 경우, 미국에 5500억달러(약 788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미국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V)에 일본 수출입은행(JBIC) 등 정책금융기관이 직접 지분을 투자하거나, 일본 기업의 투자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다만 이는 실질적으로 국가가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입니다. 미·일 양해각서(MOU)에는 일본이 약속된 투자액을 기한 내 납입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관세 혜택을 축소·철회할 수 있다고 한 '페널티 조항'도 존재합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설정해 리스크를 최소화했습니다.
이와 함께 양국은 자동차를 비롯한 대부분 품목의 관세율을 일본과 같은 1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쌀과 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도 전면 비관세로 추가 개방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또 의약품과 목재 등 일부 품목은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되며, 항공기 부품과 특정 의약품에는 무관세 조치가 적용됩니다.
아울러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에 투입하는 1500억달러를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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