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14개월 만에 재개되는 미국 주식 주간 거래를 앞두고 투자자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산 장애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대체거래소 오류로 전면 중단됐던 거래 서비스가 내달 초 다시 문을 열지만, 최근까지도 미국 현지 브로커 시스템 장애가 이어지며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는 지적입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4일부터 미국 주식 주간 거래가 순차적으로 재개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8월 증시 폭락으로 인해 미국 대체거래소(ATS)인 블루오션의 거래 일괄 취소 사고 이후 14개월 만입니다. 해외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국내 투자자가 한국의 낮 시간대인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미국 주식을 거래하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4일부터 미국 주식 주간 거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재개 때는 투자자 보호 장치의 하나로 블루오션 외에 '브루스'(Bruce)와 '문'(Moon)이라는 또 다른 신생 미국 ATS들과도 복수로 계약을 맺어 백업 기관을 갖추기로 했습니다. 또 증권사는 메인과 백업으로 2개 이상의 미국 현지 브로커를 두도록 했습니다. ATS와 브로커 모두 복수 체계를 갖춤으로써 메인 ATS나 브로커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백업 ATS와 브로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각 증권사가 거래 오류가 발생하면 거래를 취소하고 투자자의 잔고를 최대한 빨리 복구할 수 있도록 하는 '롤백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전산장애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국내 전산 시스템의 완충 장치를 갖추었더라도, 현지 시스템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8일 삼성증권, 토스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카카오페이증권, DB증권 등 복수 증권사의 MTS에서 미국 주식 주문 처리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원인은 모두 미국 현지 중개사의 전산 시스템 문제로 알려졌습니다.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 증권사들에 따르면 미국 현지 중개사인 드라이브웰스(DW)에서 발생해 장 시작 후 일부 주문이 지연됐습니다. 드라이브웰스를 사용하는 증권사들이 영향을 받았는데요. 다만 증권사들은 일반적으로 복수의 현지 브로커를 두기 때문에 장애를 인지하자 즉시 다른 브로커 채널을 사용하며 장애를 해결했습니다. 주문 지연 시간도 10분 남짓으로, 대부분 밤 11시쯤 서비스를 정상화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블루오션 사태는 미국 현지 거래소 측 장애였던 반면 이번 추석 때는 현지 브로커 문제였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주간 거래를 재개하면서 미국 현지에 복수의 거래소 체제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지난 추석 연휴 거래 지연과 같이 브로커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셈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복수 브로커를 통해서 거래하게 돼 있지만, 이 역시 주문을 (다른 브로커로) 옮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일부 시간이 매매주문이 지연됐을 뿐, 거래가 중단되지 않고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현지 시스템 문제로 발생하는 오류도 많아지고 있다"며 "완벽한 예방은 어렵고, 피해 보상에 대한 프로세스가 명확하기 때문에 사후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진=챗GPT)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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