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코스피 5000 시험대
2025-10-28 15:32:07 2025-10-28 15:49:05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지난 27일,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4000을 넘어섰다. 27일 코스피는 4042.83으로 장을 마쳤고, 한국거래소는 기념식을 열었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가 상승을 위한 자사주 소각과 제3차 상법 개정안 등 자본시장 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이를 일시적 버블이 아닌 정상화의 과정으로 보는 낙관론이 우세하며 정부의 코스피 5000 달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28일, 각계에서 코스피 추가 상승을 지지하고 기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 설명자료'에서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바이더딥' 전략을 소개했다. 바이더딥(Buy the Dip)이란, '떨어질 때 사라'는 의미로 주식이나 암호화폐 같은 투자 시장에서 사용되는 '저점 매수' 투자 전략을 뜻한다. 또한 "시중 자금 흐름이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을 비롯한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 코스피 5000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부처가 공식적으로 바이더딥 전략을 언급하며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 의지를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날 아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참여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NH투자증권 고위 임원이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회사 임원실과 공개매수 관련 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혐의를 받은 NH투자증권 임원 A씨는 '호재성 정보'로 통하는 공개매수 정보를 직장 동료와 지인 등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했고, 이 정보를 받은 이들이 공개매수 전에 해당 주식을 매수, 주가 상승수 되파는 형식으로 20억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두 번째 사건이다. 이 사건과 별도로 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건으로 NH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두 번째 압수수색에 직면했다. 
 
자본시장 종사자들의 주가조작에 대한 엄벌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주가조작 합동대응단 출범 당시에도, 권대영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자본시장의 직접 참여자이자 인프라 기능을 제공하는 금융회사 관련자들의 사태에 대해 주목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적발한 증권사와 보험사 임직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다만 병원장, 학원 등 자산가 등 이른바 슈퍼리치가 개입된 1호 사건이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있다. 슈퍼리치들이 단지 '자금 공급책'으로만 참여했을 뿐 주가조작에 대한 직접적 참여 의지가 없었다는 논리가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자산가 피의자들이 유수의 로펌을 세워 방어 논리를 구축해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코스피 5000 달성은 결국 성장과 공정이라는 바퀴가 함께 굴러갈 때 가능한 일이다. 코스피 4000 도달이라는 성과에 취할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가 지속되어야 한다. 최근 적발된 사건의 피의자들이 법망을 피해 정부의 노력이 용두사미로 끝난다면, 시장의 신뢰는 다시 무너지고, 코스피 5000 달성의 동력도 약화될 것이다. 정부가 국민 모두가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의 룰을 만들고 이를 끝까지 관철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어주길 바란다. 
 
이보라 증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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