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막판 기싸움…극적 타결 '미지수'
"한·미 협상, APEC 계기 타결 어려워"
'실익' 고수에도…무산 땐 충격 불가피
2025-10-27 17:58:28 2025-10-27 18:29:58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미 통상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노딜로 그칠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파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조건을 두고 교착이 길어지는 가운데, 이미 대미 수출 감소와 환율 급등세가 맞물리며 시장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익은 미국, 손실은 한국 몫…"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오현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3차장은 27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미 협상이 타결에 매우 가깝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현재 진행 상황을 볼 때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오 차장은 "한·미 협상의 목표는 '상업적 합리성'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로 하고 있다"며 "특별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정상회담을 목표로 두고 협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가 '속도'보다 '실익'을 우선시해 국익 훼손을 막고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한·미 간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최대 쟁점은 '연간 투자 한도', 즉 한국이 한 해에 얼마나 현금을 납입하느냐입니다. 미국은 한국의 현금 투자액을 2000억달러(약 290조원)로 정하고 연간 250억달러 투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연간 150억달러가 감당 가능한 최대치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실질 쟁점은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이 소유·통제하며 자신이 직접 선정한 투자처에 한국의 3500억달러가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미·일이 체결한 양해각서(MOU)가 이런 구조를 담고 있습니다. 
 
미국은 미·일 MOU를 기준 삼아 '투자금은 한국이 내고, 방향은 미국이 정한다'는 원칙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투자 이익은 미국 기업 매출·고용으로 돌아가고, 한국은 출자금에 대한 손실 위험만 떠안을 수 있습니다. 
 
대미 펀드가 미국이 투자 원금 회수 전 수익의 50%, 회수 이후에는 90%를 가져가면서도,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라는 점도 논란입니다. 
 
닐스 오스터버그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이 같은 조건에 동의할 경우, 미국이 위험한 투자를 하더라도 그 손실은 한국으로 전가돼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5.4원 내린 1431.7원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뉴노멀 된 '킹달러'…대미 수출은 4분의 1 '증발'
 
딜레마는 타결 실패가 가져올 '경제 충격'입니다. 한·미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은 외환시장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4원 내린 달러당 1431.7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마감했습니다. 미·중 무역 합의 기대, 외국인 주식 매수세가 그나마 하락세를 완충했습니다. 
 
앞서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1.5원까지 치솟으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 차가 올 6월 이후 빠르게 축소되고 있음에도, 원화는 7월 이후 가파르게 절하되고 있다"며 "무역 협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이미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10월 들어 대미 수출액 감소 폭은 25%까지 커졌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대미 수출은 42억3200만달러로 지난해(56억1800만달러)보다 24.7% 급감했습니다. 
 
조업일수 감소를 고려한 일평균 대미 수출액도 약 4억300만달러로 지난해(4억4900만달러)보다 10.3% 줄어들었습니다. 대미 수출이 미국이 상호관세 조치를 본격화한 올 4월부터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고관세 정책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는 모습입니다. 
 
이 기간 한국의 전체 승용차 수출액(23억9000만달러)은 전년보다 25% 감소했습니다. 자동차부품 수출(7억달러)도 31.4% 줄었습니다. 철강(18억2000만달러)과 가전제품(2억7000만달러)은 대미 수출 비중이 낮은 편인데도,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18.6%, 26.5% 감소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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