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지난 13일부터 진행된 국정감사가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재계 총수 등 기업인 소환이 예년보다 줄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부·여당이 재계 인사의 출석 요구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에도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의 줄소환이 예고됐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관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이슈에 밀려 증인 철회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감에 긴장했던 재계는 큰 타격이 없는 이번 ‘맹물 국감’에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한홍 위원장이 감사 개시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재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에 대거 출석할 예정이었던 기업인들이 증인 명단에서 연이어 빠졌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의 재계 총수가 증인으로 신청됐다가 막판에 철회됐습니다. 이 중 최 회장은 출석일인 28일을 하루 앞둔 이날 증인 채택이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회 정무위는 최 회장을 불러 계열사 부당 지원 관련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같은 날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APEC CEO 서밋’ 개막 행사를 주재하는 점 등을 고려해 증인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하청업체 이수기업 노동자 집회와 책임경영 논란에 대해 국회 행안위로 소환됐지만 지난 13일 철회됐고, 국회 산자위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지마켓과 중국 알리바바그룹 알리익스프레스 간의 합작법인 추진과 관련해 소비자 정보보호 등 보안 문제를 확인하고자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17일 “신청의 이유가 해소됐다”며 취소했습니다.
재계 총수 외에도 각 상임위별로 주요 기업인의 철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무위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의혹)과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상자산 산업 관련)를 증인 명단에서 제외했고, 행안위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정부와 AI 업무협약 추진 경위),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국정자원 화재 관련)의 증인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당초 올해 국정감사에는 기업인 출석 요구 자제 분위기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95명의 기업인 증인이 채택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APEC 등 경제계 주요 행사에도 국회의원이 주목받으려 바쁜 기업인을 국감장에 병풍처럼 세운다는 비판이 잇따랐고, 이는 결국 줄철회 움직임으로 이어진 셈이 됐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사실 통신과 안전 쪽 외에는 특별히 타격감이 없는 것 같다”며 “예년처럼 기업들이 잘못한게 있으면 꾸짖고 해야 하지만, 그러한 이슈보다는 부동산, APEC 등에 포커스가 흩어져 오히려 더 맹물 국감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매년 ‘기업 때리기’ 국감에 긴장하던 기업들도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국감은 기업의 아픈 곳을 찌르는 ‘송곳 질의’도 찾아보기 어려운데다 굵직한 대내외 이슈를 통할하는 정책 토론 역시 사라졌다는 지적마저 나옵니다.
국회 보좌관 출신 기업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정책은 없고 정치만 있는 국감”이라며 “모든 산업에 걸쳐 굉장히 이슈가 많아 기업이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했지만, 그런 논의의 장조차 마련되지 못했다”고 꼬집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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