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관리하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예산 집행액이 매년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연말 몰아 쓰기'와 '기금 운용 계획 반복 변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기금은 겉보기에는 높은 집행률을 보이지만, 분기별 편차가 크고 운용계획이 해마다 수정되는 등 실제 사업의 예측력과 효율성에는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주금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위변제·구상권 관리·보증료 환급 등 주요 사업의 예산이 매년 수천억 원씩 증액됐음에도 사전 시뮬레이션이나 예산 추계 근거는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금공의 2024 회계연도 대위변제 예산 집행률은 연간 97.9%로 겉보기에는 양호하지만, 분기별로는 1분기 88.3%, 4분기 107.7%로 편차가 컸습니다. 대위변제는 대출자가 상환하지 못한 금액을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제도로, 이후 채무자에게 다시 받아내기 위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인데요. 이 같은 편차는 상반기 집행 부진과 하반기 '몰아 쓰기' 구조가 반복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주금공은 이에 대해 "2023년 이후 대위변제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사업자 보증의 대위변제 발생 여부에 따라 분기별 편차가 생겼다"고 해명했습니다.
주택신용보증기금은 최근 5년간 매년 중간에 대규모 예산 증액을 반복했습니다. 2022년에는 당초 2912억원으로 편성된 주택신용보증계정의 대위변제 예산이 11월에 288억원 늘었고, 2023년에는 최초 예산 3061억원이 세 차례(7·9·11월) 변경되며 누적 2883억원 증액돼 5944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2024년 10월에도 2006억원이 추가 증액됐습니다. 매년 하반기에 수천억 원 규모의 증액이 이어지는 것은 초기 예산 추계가 부정확하거나 사전 리스크 분석이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집행률도 구조적 불균형을 보였습니다. 2023년 주택신용보증계정의 대위변제 예산은 당초 계획 대비 집행률이 192.4%에 달해, 계획보다 두 배 가까이 집행됐습니다. 그러나 중간 증액을 반영한 변경 후 집행률은 99.1%로 조정됐습니다. 비슷한 현상은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계정에서도 나타났습니다. 2023년과 2024년 당초 예산 대비 집행률은 각각 195.8%, 169.1%였으나 변경 후에는 84.4%, 94.2%로 맞춰졌습니다.
주금공은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했습니다. 대부분의 변경 사유는 대위변제 증가, 금리 변동, 구상권 관리비 증가 등이었고, 매년 유사한 항목에서 증액이 반복됐습니다. 이는 초기 예산 추계가 부정확하거나 사전 리스크 관리가 미흡함을 시사합니다.
주금공은 김남근 의원실의 '금리·분양률 등 주택시장 변수를 반영한 사전 시뮬레이션 자료의 유무' 질의에 대해 "별도로 산출한 자료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대위변제 증가 요인에 대한 사후 분석을 통해 금리 인상과 전세사기 확산, 주택시장 불안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대위변제를 예측할 때 금리나 분양률 같은 거시 변수 대신 보증사고 발생률과 대위변제율 등 실적치를 변수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주금공의 예산 집행은 외형상 양호한 집행률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사업의 예측력과 효율성 면에서는 개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 의원은 "5년간 23차례나 운용 계획을 변경했다는 것은 매년 예산 계획이 틀렸다는 뜻"이라며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잦은 기금 운용 계획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금 운용 주체로서 주금공은 보다 책임있는 기금 운용이 필요하며 공공기관이라면 사전 시뮬레이션과 위험 대응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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