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인적자원(HR) 기업의 해외 매각이 잇따르면서 대규모 회원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스웨덴계 사모펀드에 인수된 리멤버를 비롯해 잡코리아·인크루트 등 주요 채용 플랫폼에서 유출 사고가 반복되자 국회와 정부가 제도적 통제 장치 마련에 나섰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HR기업의 해외 매각과 관련해 회원 정보의 국외 유출 우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최근 개인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HR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급등하고 시장에서 비싸게 매각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잇따르는데, 리멤버처럼 이용자 데이터를 대규모로 보유한 기업이 해외에 매각될 경우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매우 중요한 지적"이라며 "과거에 보지 않았던 인수합병 때 개인정보 양도·양수을 면밀히 봐야 한다. 사전심사제나 영향평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리멤버 운영사인 리멤버앤컴퍼니는 지난 8월 스웨덴계 사모펀드 EQT에 약 5000억원 규모로 인수됐습니다. 리멤버는 명함 5억장과 이용자 500만명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외국 자본으로의 매각이 데이터 주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업계의 불안은 리멤버의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례에서도 비롯됩니다. 지난해 10월 리멤버앤컴퍼니(구 드라마앤컴퍼니)는 고객사들에 사명 변경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업무용 이메일 주소 265건과 개인용 이메일 주소 2건을 잘못 발송해 개인정보를 유출했습니다. 또 2023년 1월에는 고소득층 회원 대상 서비스 '리멤버 블랙' 가입 관련 안내 메일을 발송하는 과정에서 365명의 이메일 주소가 단체 메일로 일괄 노출됐습니다. '리멤버 블랙'은 국세청 인증을 통해 연소득 1억원 이상임을 증명해야 가입할 수 있는 고소득 회원 서비스입니다.
다른 국내 주요 채용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2021년 국내 최대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가 아시아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약 8000억원에 매각될 당시에도 개인정보 해외 유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후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알바몬에서는 지난 4월 2만2000여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피해 고객 2만여명에게 인당 10만원 상당의 보상이 지급됐습니다.
인크루트에서도 올해 3월 생년월일, 연락처, 경력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인크루트는 2020년에도 약 3만5000건의 유출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채용 플랫폼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는 이름, 연락처뿐 아니라 학력, 자격증, 경력 등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가 다크웹 등에 유통될 경우 보이스피싱이나 대출사기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리멤버, 잡코리아,
사람인(143240), 잡플래닛, 인크루트,
원티드랩(376980) 등 주요 HR 플랫폼 전반의 보안 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매각 또는 인수합병(M&A) 시 개인정보 이전 가능성을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만 기업들은 회원 정보가 해외로 이관되거나 국외에서 접근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합니다. 리멤버 측은 "회원 정보는 전적으로 대한민국 내 서버에 저장돼 있으며, 자사에서만 접근이 가능하다"면서 "주주의 해외 사모펀드 변경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국외로 이전되거나 국외에서 접근되는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주주라 하더라도 업무 목적 상 개인정보를 취급 및 처리할 법적 권한은 없으므로 리멤버 회원 정보에 대한 접근이나 직접적 활용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14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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