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에도 고용의 질 하락…사내하청 절반 재하청·외국인
본공 54%로 급감…물량팀·외국인 44%
임금 역전·고용 불안에 숙련공 이탈 가속
2025-10-13 15:29:28 2025-10-13 17:10:38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조선업이 세계적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산업의 근간을 떠받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공(정규직 하청) 비중이 줄고 재하도급 물량팀과 외국인 인력이 빠르게 늘면서 고용의 질적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형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고공농성장에서 임단협 조인서를 들고 올라온 장창열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과 손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도 조선업 하도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 5개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사내협력업체 42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인력 중 본공은 53.6%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반면 물량팀이 25.2%, 외국인 노동자가 18.9%로 나타나 두 집단이 합쳐 44.1%를 차지했습니다. 
 
조선업은 주요 산업 중에서도 간접고용 비율이 유독 높습니다.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하면, ‘본공’으로 불리는 1차 하청 상용직이 있고, 이들로부터 재하도급을 받는 물량팀, 그리고 최근 급증한 외국인 노동자까지 합치면 전체 인력의 60% 이상이 간접고용 형태입니다. 본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지만, 물량팀은 수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어 고용 불안이 크고 4대보험 등 기본적인 법적 보호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년 전 조사 대비 본공 비율은 5.6%포인트(p) 줄었고, 외국인은 4.4%p, 물량팀은 1.7%p 증가했습니다. 본공의 이직률은 70.1%로 전년(58.6%)보다 11%p 이상 상승했고, 물량팀의 이직률은 82.3%에 달했습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진=한화오션)
 
임금 구조 또한 왜곡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급제 기준 본공의 평균 시급은 1만2104원이었지만, 물량팀은 1만8269원으로 본공보다 6000원 이상 높았습니다. 이는 물량팀이 4대보험이나 퇴직금이 적용되지 않는 대신 단가를 높게 책정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평균 1만438원으로 본공보다 낮았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협력사 57.9%는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하도급 축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56.5%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응답자의 92.2%는 “조선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숙련된 본공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조선소 내 인력 변동이 커 숙련공 유지가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물량팀 의존을 줄이고 숙련 인력을 안정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 회복의 핵심”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사내하청 발전을 위해 △공정한 기성 단가 기준 마련(88.4%)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87%) △숙련도에 따른 차등 보상(86.8%) 등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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