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서 ‘미래 연료’로…현대오일뱅크의 전환 드라이브
SAF, ‘의무 수요’ 선점 본격화
해운 연료, 허브 노려 공세 강화
2025-09-30 14:23:54 2025-09-30 15:10:1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구조적 불확실성 속에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상반기 대규모 적자, 국제 유가 변동성, 수요 둔화가 겹치며 정유 단일 모델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졌습니다. 이 가운데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에서 미래 연료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성장 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SAF(지속가능 항공유)’와 ‘해운용 저탄소 연료’입니다. 
 
대한항공과 SAF 공급 계약을 맺은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30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매년 약 5억톤의 SAF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전 세계 SAF 생산량(약 200만톤 추정)의 약 250배 규모로,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글로벌 항공업계의 생존을 좌우할 ‘의무 수요’에 가깝습니다. 현재 SAF는 전 세계 항공 연료 수요의 약 0.7%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의 전략은 이 구조적 수요에 정면 대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회사는 최근 대한항공 노선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상업 공급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일본 전일본공수(ANA)항공에 SAF를 수출해 국내 최초 수출 사례를 기록했습니다. 현재는 약 1% 혼합 단계지만, 2027년부터 국내 SAF 혼합 의무화가 시행되면 수요 확대에 따른 공급이 커질 전망입니다. 인천·김포 등 아시아 허브 공항을 이용하는 해외 항공사들도 현지 조달이 필요해져 국내 정유사의 글로벌 공급망 편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생산 측면에서는 기존 정유 설비를 활용해 바이오 원료를 생산하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으로 초기 물량을 신속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단기간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 시장 진입과 학습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혼합 비율이 3~5%로 높아질 경우 전용 설비 투자가 불가피하며, 이행 속도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운 부문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2020년 황 함유량 0.5% 규제 이후 저유황유와 LNG 추진 연료, 바이오 벙커 등 친환경 연료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유사는 고도화 설비를 활용해 저유황 연료유를 생산·수출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구 감소,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내수 휘발유·경유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완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대만 선사인 양밍 등 해운사와의 직거래를 중심으로 바이오 선박유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항만 내 직접 인프라 투자는 추진 단계가 아니지만, 싱가포르·로테르담 등 글로벌 벙커링 허브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해운사를 통한 직거래가 중심이나 시장이 커지면 허브 항만 진출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선박 연료는 국제 물류와 직결돼 있어 전략 거점 확보 시 국가·기업 차원의 중장기 이익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미래 성장 동력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석유화학 부문 구조조정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대산 합작사 현대케미칼을 둘러싸고 롯데케미칼과 나프타 분해시설(NCC) 통합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업황 악화와 노후 설비 부담 속에서 과거 정유·석화 기반 확장 전략을 더 이상 유지하기보다는 중복된 NCC 설비를 줄이고 효율화를 꾀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입니다. 연간 195만톤 규모 생산능력 조정이 거론되는 이번 협상은 단순한 설비 확대가 아닌 불필요한 과거 자산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 전환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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