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진그룹, 통합 시대 앞두고 대대적인 재무 '다이어트'
인천그랜드하얏트호텔 등 2조원대 자산 매각…재무 안전성 확보
한진칼 부채비율 5년 새 109.6%→27.3%…그룹 지표도 개선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후 악화된 재무 상태 개선 숙제
2025-09-30 06:00:00 2025-09-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6일 09:4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한진(002320)그룹이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통합을 앞두고 재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5년간 송현동 부지와 하와이 와이키키호텔, 기내식·기내면세사업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1조7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고, 이를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며 재무건전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5년 전 400%를 웃돌던 그룹 부채비율은 200%대로 낮아졌고,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의 신용등급도 상향되며 시장 신뢰를 회복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020년 공언한 재무개선 약속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재무안정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그룹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사진=한진칼)
 
자산 매각으로 재무 구조 개선 가속
 
25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최근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보유하던 그랜드하얏트 인천 웨스트타워를 파라다이스그룹에 2100억원에 매각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5년간 호텔과 부동산을 비롯한 비핵심 자산을 잇달아 정리하며 유동성을 확보해 왔다. △ 2020년 대한항공 기내식·기내면세 사업 매각 9906억원 △ 2020년 제동레저 230억원 △ 2021년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5579억원 △ 칼 리무진 300억원 △ 2023년 서소문사옥 매각 2642억원 △ 2024년 하와이 와이키키호텔 매각 1466억원 등 단순 합산으로 2조원을 웃도는 현금을 마련했다.
 
이 같은 행보는 조원태 회장이 2020년 직접 내세운 강도 높은 구조조정 기조의 연장선이다. 당시 조 회장은 KCGI를 비롯한 외부 세력의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항공사업에 주력하되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 부담을 줄이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시장과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 대금은 대한항공의 차입금 상환에 투입됐고, 와이키키호텔과 그랜드하얏트 매각 대금은 유동성 보강과 투자 재원으로 전환됐다. 한진그룹이 강도 높게 진행하는 자산 효율화는 통합 대한항공 체제에서 기단 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 항공 중심 투자에 무게를 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알짜 부동산을 정리하면서 한진그룹은 항공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고, 이는 곧바로 재무 개선으로 연결됐다. 한진칼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20년 1조448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774억원으로 줄었으며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09.6%에서 27.3%까지 떨어졌다. 이에 BBB+였던 신용등급은 올해 A-로 상향되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2020년 422.5%였던 부채비율이 2023년 170%대로 낮아졌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편입으로 올해는 229.85%까지 높아졌지만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진그룹은 고강도 자산 매각을 통해 신용도를 높였고 이는 향후 항공기 교체와 신규 투자 과정에서 금융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합 항공사 부담 속에서도 재무안정성 유지 관건
 
한진그룹의 향후 과제는 아시아나항공 편입으로 흔들린 재무 지표를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느냐다.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을 종속회사로 편입하며 국내 유일 대형 FSC(Full Service Carrier)로 거듭났다. 이에 따라 외형은 확대됐다. 대한항공의 올 상반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46.11% 늘어난 12조702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시아나 실적이 합산되면서 영업이익은 18.29% 감소했다.
 
부채 지표 역시 악화됐다. 아시아나의 부채가 연결 기준으로 반영된 결과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310.5%로 아시아나 인수 직전인 지난해 3분기 199.23%에서 크게 올랐다. 총차입금은 20조1800억원, 순차입금은 13조9396억원에 달한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수년간의 실적 호조와 지속적인 순이익 축적, 4조원대 유상증자 등 대규모 자본 확충으로 상당히 개선된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영업현금창출력이 높아진 데다 신용도 개선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나 편입 부담에도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한진그룹이 남은 비핵심 자산을 추가로 정리해 통합 과정에서 시너지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제주칼호텔, 왕산레저개발, 한진인터내셔널 등은 매물로 거론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천 하얏트호텔 부지를 시작으로 그동안 주춤했던 비핵심 자산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그룹 측은 <IB토마토>에 “그랜드하얏트 인천 호텔 매각 대금은 차입금 상환 등 재무 구조 개선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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