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가 참여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1년 9개월 동안 수십 개 계좌를 동원해 은밀히 시세를 조종,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대형 작전세력을 적발했습니다. 사업가와 의료인, 금융 전문가 등 소위 '엘리트 그룹'이 공모한 치밀하고 지능적인 대형 주가조작 범죄로, 이들은 1년 9개월 동안 거의 매일 주가조작을 시행해 주가를 두 배 가까이 상승시켰습니다.
이승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장은 23일 브리핑을 열고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2024년 초부터 현재까지 은밀하게 주가를 조작해 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해온 대형 작전세력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 후 첫 공개 사건입니다. 지난 4월 자본시장법에 도입된 지급 정지 조치를 압수수색과 동시에 최초로 시행해 현재 진행 중인 주가 조작을 중단함으로써 자본시장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대응단은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코스피 1개 종목) 평가액은 1000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당이득 400억원 중 230억원은 실현이익, 200억원은 미실현이익으로, 당국은 평가일 주가를 기준으로 부당이익을 산정할 방침입니다. 합동대응단은 해당 종목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목명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합동대응단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종합병원, 대형학원 등을 운영하는 '슈퍼리치'들과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 전문가들이 주도했습니다. 이들은 수십 개의 계좌로 분산 매매해 감시망을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수만 회에 달하는 고가의 가장·통정 매매 등을 통해 장기간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해온 혐의를 받습니다.
혐의자들은 평소 일별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법인 자금, 금융회사 대출금 등을 동원해 1000억원 이상의 시세조종 자금을 조달해 유통 물량의 상당수를 확보, 시장을 장악(혐의자 매수 주문량이 시장 전체의 약 1/3 차지)했습니다. 이후 고가 매수, 허수 매수, 시·종가 관여 등 다양한 시세조종 주문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만들어 투자자를 유인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혐의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대량 주식으로 매매를 주도하면서 수만 회에 이르는 가장·통정 매매 주문을 제출했습니다. 이어 단기간 내 체결시키는 수법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혐의 기간 중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하는 등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또한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해 수십 개의 계좌를 통해 분산 매매하고 자금흐름을 은폐하기도 했습니다. 주문 IP를 조작하거나 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 상황을 활용한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합동대응단은 발행 기업에 대한 연루 정황도 열어놓고 살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승우 합동대응단장은 "이렇게 혐의자들은 주가조작을 쉽게 눈치채지 못하도록 고도의 지능적인 전략을 사용하면서 실제로는 1년 9개월 동안 거의 매일 주가조작을 실행해 유통주식 수량 부족으로 거래량이 적은 해당 주식의 주가를 주가조작 전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상승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증권선물위원회는 주가조작에 이용된 수십 개의 계좌에 대해 자본시장법에 따른 지급 정지 조치를 최초로 시행하고, 합동대응단은 혐의자들의 자택, 사무실 등 10여개 장소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합동대응단은 향후 압수수색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히 조사를 마무리하여 엄정 조치할 방침입니다. 합동대응단은 이 사건을 포함해 현재 5개의 사건을 조사 중입니다. 조사 중인 사건 대부분이 지난해 1월 법 개정 이후 발생한 사건으로, 부당이득의 최대 두 배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단장은 "이들이 취득한 불법 재산에 대해 과징금 부과(최대 두 배) 등을 통해 철저히 환수해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최근 자본시장법에 도입된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 선임 제한 등의 신규 행정제재도 적극 활용해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우리 자본시장에서 퇴출(원스트라이크 아웃)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행위자에 대한 '1호 과징금' 부과 사례도 나왔습니다. 증선위는 지난 18일 제2차 임시 회의에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금지를 위반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증선위에 따르면 이번 과징금 제재 대상자 '㈜◇◇사' 내부자 A씨는 자사주 매입이라는 호재성 정보를 직무상 지득하고 정보 지득 이후 정보 공개 전까지 배우자 명의 계좌를 이용해 동 회사 주식을 약 1억2000만원 가량 매수하고, 약 243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습니다.
증선위는 "비록 제재 대상자가 초범이고 조사에 협조했으며 상대적으로 부당이득 금액이 낮지만, 내부자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행위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통해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일반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부당이득의 2배(법상 최대한도)에 상당하는 4860만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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