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IT노사전운)②네오플 파업 '장기화'…노란봉투법에 엇갈린 시선
네오플 노사 갈등 장기화·파업 손배 제한될까
노란봉투법 적용 시 퍼블리셔 교섭 부담 확대
김정태 교수 "게임 개발자 창작자로 존중해야"
2025-09-24 06:00:00 2025-09-2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9일 14: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넥슨 자회사 네오플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노란봉투법 제정 시 게임업계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특성상 개발 스튜디오나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아 사측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면, 게임산업 특성상 개발자를 창작자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노란봉투법이 향후 선진화된 노사 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 강남구 네오플 서울지사 사옥 앞에서 네오플노조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오플 노사 갈등 '답보'·노란봉투법 적용 가능성도

 

18일 네오플 노사가 5차 교섭을 진행한 가운데 양측 간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앞서 네오플 노동조합은 지난 7월부터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장기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야근과 초과근로가 지속되며 강도 높은 노동 환경이 지속됐지만 신규개발 성과급(GI)을 임의로 축소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일에는 전면 파업을 중단하고 임시 복귀해 준법투쟁으로 전환한다고 알렸지만, 네오플 노조는 교섭에 진척이 없을 시 재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파업이 장기화될 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네오플 사측은 장기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도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노란봉투법의 주요 취지는 정당한 사유로 쟁의 행위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파업으로 인한 보상 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정당한 쟁의행위 사유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이 포함됐다. 주요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노사 간 해석이나 적용·준수 등으로 법적 분쟁 발생 시 쟁의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 다만,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나 정도 등에 따라 파업에 참여한 책임 소재를 물을 가능성도 있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퍼블리셔·개발사 구조 많아 사측 부담 '확대'

 

노란봉투법 시행 시 게임업계도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들은 레이블이나 스튜디오 형태로 게임 개발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노란봉투법 적용 시 실질적인 지배력에 따라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개발 자회사들이 퍼블리셔 역할을 하는 모회사에 교섭을 요구할 명분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조사한 ‘2024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계약 해지·해고 경험은 지난해 4.1%를 기록했다. 계약 해지·해고 사유로는 프로젝트 중단·취소 또는 종료가 59.7%로 가장 많았다. 예산 부족에 따른 인원 감축·조정은 9.7%, 인력 재배치 또는 사내 조직개편 요인도 4.8%를 기록했다.

 

최근 게임업계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올 초 넷마블(251270) 자회사 넷마블에프엔씨는 신작 데미스리본개발팀 인력을 조정한 바 있다. 지난 6월 게임사 썸에이지(208640)는 전사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본사와 자회사 언싸이드게임즈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도 진행해 인력을 10% 가량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외주도 많고, 게임에서 발생하는 개발 과정이나 기술력이 결국 다 인력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게임사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며 게임업계는 무슨 설비가 아니라 개발자나 프로그래머가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 시행 시 관리해야 할 인력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노란봉투법으로 개발자 권리 보장·상생 기준 만들어야

 

한편, 게임업계 특성상 개발자가 직접적인 창작자 역할을 하는 만큼 노란봉투법을 통해 노동자 권리를 응당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당 노동시간은 해마다 높아졌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지난해 44.4시간으로 지난 202241.5시간, 202343.0시간보다 많았다. 특히 크런치 시기 가장 길었던 일주일 노동시간은 지난해 56.1시간을 기록해 전년(2023년)  지난해 19.6시간으로 전년(2023년) 51.6시간보다 4.5시간 늘어났다. 크런치 모드는 주요 마감을 앞두거나 급박한 시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근무형태다. 근로시간 수준에 대한 인식은 게임 외 일반 직종 유사 경력 대비 많다고 느낀 비중이 40.7%에 달했다.

 

근로 조건과 보상에 대한 노사 간 입장 차이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036570)는 근태 관리를 위해 직원이 15분 이상 자리를 비울 시 사유를 소명해야 하는 이석 체크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효율 관리보다는 '감시'라는 지적이 나오며 노사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내년 노란봉투법 시행 시 노동자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는 사람이 곧 매출이고 비용인 곳인 만큼 노동 환경에 비해 적절한 급여나 보상에 대한 노사 간 입장 갈등은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게임 개발사는 퍼블리싱 회사의 하청이라기 보다는 대등한 계약관계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K-컬처 300조 시대 문을 여는 선두에 있는 분야가 게임인데 앞으로는 노사 간 대화와 타협으로 새로운 상생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면 노동자가 창작자로서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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