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지난 2022년 메모리 시장에서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됐던 낸드플래시가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성능 향상에 따른 부품 교체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공급이 부족한 상황까지 벌어져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전 세계 시장 과반 이상을 차지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업 실적 개선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SK하이닉스가 양산한 321단 QLC 낸드 신제품 모습. (사진=SK하이닉스)
15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ulti Level Cell·MLC)의 평균 현물가격은 지난주 9.475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42.4% 급등한 수치이며, 지난 1년 중 가장 높은 가격입니다.
앞서 낸드플래시 시장은 지난 2021년 메모리 초호황 시절을 찍고, 전방 시장인 스마트폰과 PC 시장의 침체가 시작되면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낸드 시장이 D램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 구도가 치열한 점도 이러한 공급 과잉 현상을 부추겼습니다. 지난 2분기 낸드플래시의 글로벌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32.9%) △SK하이닉스·솔라다임(21.1%), △일본 키옥시아(13.5%) △미국 마이크론(13.3%) △미 샌디스크(12%) 순으로 5강 체제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에서 고사양 낸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낸드 기반 저장장치는 보통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적용됐는데, 최근 저장과 읽기 속도가 훨씬 빠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급증하는 수요에 업계도 낸드플래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업계 5위인 샌디스크는 “AI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센터, 모바일 부분 전반에서 메모리 증가 수요로 낸드 제품도 강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고객사에 이달부터 모든 제품의 가격을 10% 이상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기류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2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낸드 점유율 54%)의 향후 메모리 실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울러 최근 계속되는 구형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가격 역전 현상으로 양사는 3분기 메모리 사업 실적 개선이 전망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빨라지는 AI 기술 발전은 낸드의 차세대 제품인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의 구매 수요도 불러일으킬 것으로 관측됩니다. HBF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이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반도체입니다. 데이터 고속 전송을 담당하는 휘발성 메모리인 HBM에 HBF를 적용하면 AI 가속기 성능이 더욱 향상됩니다. 업계에서는 HBF가 오는 2030년 AI 반도체에 탑재될 것으로 보고, 내년부터 16단으로 적층한 HBF1(1세대 제품) 샘플이 생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차세대 낸드 시장을 잡기 위해 샌디스크와 HBF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물량 외 기업 물량을 중심으로 낸드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중”이라며 “AI 기술 발전이 고부가가치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개발까지 부추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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