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I칩 ‘로드맵’ 밝힌 엔비디아…K반도체 ‘온도차’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루빈 CPX’
HBM 대신 GDDR7 탑재해 비용↓
GDDR7 수요에 HBM 약화 우려도
2025-09-11 15:29:43 2025-09-11 16:36:48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엔비디아가 영상 제작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특화된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인 ‘루빈 CPX’를 내년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루빈 CPX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최신 7세대 그래픽 D램(GDDR7)을 탑재한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대와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측면이지만, HBM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루빈 CPX는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루빈 GPU와 함께 연동되는 제품으로, 내년 말 출시 예정입니다. 엔비디아는 루빈 CPX에 대해 “AI 모델은 비디오 처리를 위해 한 시간 분량의 콘텐츠에 대해 최대 100만개의 토큰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GPU 컴퓨팅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라며 “루빈 CPX는 모델이 수백만 개의 지식 토큰을 동시에 추론하는 대규모 컨텍스트 AI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최초의 GPU”라고 설명했습니다. 
 
토큰은 AI가 대화나 문서를 처리하는 데이터의 단위를 말합니다. 통상 AI가 처리할 수 있는 토큰의 수는 제한적입니다. 이에 AI는 대화가 길어지면 초반의 내용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루빈 CPX는 수백만 개의 토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사용자의 상황과 외부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더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컨텍스트 AI’ 기술을 탑재해 정확성을 높였습니다. 
 
루빈 CPX의 특징은 HBM 대신 GDDR7이 탑재된다는 점입니다. 엔비디아는 루빈 CPX에 128GB 용량의 GDDR7 메모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HBM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지만, 제조가 어렵고 생산 비용이 높아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이에 루빈 CPX는 GDDR7을 탑재해 비용 효율성을 높여 대량 생산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가 연달아 GDDR7을 탑재한 제품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그래픽 D램의 수요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1월 GDDR7을 탑재한 게임용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5090’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시장을 타겟으로 한 저가형 AI 반도체 ‘B40’에도 GDDR7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I 반도체의 성능을 낮추기 위해 HBM 대신 GDDR7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B40칩이 올해 최소 100만대, 내년 최대 500만대가 출하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루빈 CPX’. (사진=엔비디아)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래픽 D램의 공급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업계 최초로 GDDR7을 개발하는 등 메모리 업계에서 그래픽 D램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 RTX 50 시리즈에도 GDDR7을 공급 중이며 B40에도 삼성전자의 GDDR7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부터 GDDR7을 양산하면서 공급망에 진입했습니다. 이전 세대보다 60% 이상 빠른 32Gbps(초당 32기가비트)의 동작 속도가 구현됐으며, 전력 효율도 이전 세대 대비 50% 높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6Gb(기가비트)로 공급하고 있는 AI GPU용 GDDR7의 용량을 키운 24Gb 제품도 준비할 계획입니다. 
 
다만 비용 효율이 높은 GDDR7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AI 반도체용 메모리 시장에서 HBM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HBM 대신 GDDR7 투자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GDDR7의 수요 증가는 K반도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메모리 시장의 규모 자체가 커지면 HBM 수요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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