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재판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노 관장의 부친)의 비자금 300억원을 재산분할 근거로 삼았던 2심 판결을 뒤집고 파기환송하면서, 재산분할 액수를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는 절차가 본격화된 겁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9일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낸 지 3개월 만입니다. 이날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파기환송심의 핵심은 비자금 300억원을 제외한 상태에서 재산분할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입니다. 특히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지, 노 관장의 가사·양육 기여도 및 혼인 유지가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가 주요 쟁점입니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이 결혼 전부터 보유해 온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 계획입니다. 최 회장 측은 앞서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특유재산은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1심부터 자신의 SK그룹 주식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증여받은 재산이라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가사와 양육이 최 회장의 경영 활동을 뒷받침했고, 이것이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할 걸로 보입니다. 노 관장 측 변호인단에 성폭력·여성인권 사건을 다수 맡아온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가 새로 합류한 것도 이런 논리를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1심과 2심은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넣을지를 두고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SK 주식을 최 회장의 개인 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에서 제외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노 관장 측이 제출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2024년 5월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또 노 관장의 가사노동과 양육이 최 회장의 경영활동과 SK 주식 가치의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가사노동 및 양육과 일정한 영역의 대외활동 등을 통해 가족관계를 비롯한 일정한 영역에서 원고의 대체재 내지 보완재의 역할을 담당했다"며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경영활동과 SK주식의 가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 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재산분할 근거로 삼은 2심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불법적 원인으로 제공된 재산은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대법원은 회사 주식이 혼인 중 기여에 따라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리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으며, 위자료 20억원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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