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정체된 한국 게임의 도약을 위한 방법을 두고 학계·정부·업계가 8일 국회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날 <뉴스토마토>와 김성회·모경종 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2025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NGF 2025)'에서는 사회가 게임에 대한 이중 잣대를 넘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2025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NGF 2025)'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수현 게임문화재단 사무국장, 최재환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최승훈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김남걸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신기술본부장,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 (사진=뉴스토마토)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지난 20년 동안 산업이 성장했으니 세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면서도 질병코드와 규제 등 아직도 청소년 산업이라며 미숙하다고 생각한다"며 "미숙한 지점이 어디고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와 관련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예전에 TV를 가까이 보면 근시 되니까 떨어져서 보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 얘기가 안 나오는데, 눈이 안 좋은 사람이 TV를 가까이서 보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이런 문제가 과학적이거나 질병이어서 안과 선생님이 고친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부정할 수 없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게 비단 게임뿐이겠느냐"며 "문제가 있다면 얼마나 있고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게 산업의 성숙기에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재환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이 정부의 인디게임 지원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적극적인 게임산업 육성으로 'K 컬처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습니다. 최재환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정부의 목표 달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게임"이라며 "AAA 게임은 1000억원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정책 금융을 늘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과장은 "내년도 정책 금융 예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있고 정부안에 일부 반영돼 있다"며 "AI 전환을 2026년 신규 사업에 반영해 중소 게임사들이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바우처 형태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디게임 육성에 대해서는 "경쟁 공모전으로 우수 게임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조수현 게임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인디게임 육성 방안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기업들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인디게임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조수현 게임문화재단 사무국장은 "몇 개 기업이 인디게임 육성에 관심을 크게 갖고 후배 기업을 많이 육성하고 있다"며 "게임 기업들의 사회 공헌으로서의 인식이 강화된다면 인디게임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처와 산업별로 나뉜 정책이 아닌 통합 거버넌스가 필수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최승훈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게임 쪽에만 초점이 맞춰진 정책적 거버넌스가 아닌, 국가가 여러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정책 수단을 협의해 공헌할 수 있는 통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적어도 1년 이상을 보고 게임산업 전략을 논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남걸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신기술본부장이 한국 게임의 해외 서비스 지원 사업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국 게임의 해외 진출 지원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김남걸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신기술본부장은 "해외 서비스에 필요한 광고와 번역비, 현지화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 연간 약 120억원 규모로 진행 중"이라며 "올해 지원 과제의 상반기 성과가 전년도 보다 약 세 배 정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본부장은 "이런 정책 수단을 고도화하고 우수 게임을 뽑아 잘 관리하면 정책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철우 변호사(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가 토론에서 게이머와 정부, 기관 간 소통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게임사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AI 활용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인 이철우 변호사는 "아이템 확률 조작 게임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같은 법이 우리나라에 열 개 미만"이라며 "자율 규제로 묻혀지던 기만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AI 제작 도구 지원에 대해서는 "'승리의 여신: 니케' 등 이용자들이 AI로 생성한 결과물에 반감을 가진 사례가 굉장히 많다"며 "AI 제작 지원 사업으로 만들어진 게임의 일러스트와 목소리 등이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페이크북'이나 '언커버 더 스모킹 건'처럼 AI가 잘 사용된 사례고 있으니 옥석을 잘 가려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부처과 기관 간 엇박자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 변호사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문체부는 P2E 게임을 차단하는데 콘텐츠진흥원은 대부분의 블록체인 게임을 지원 사업 대상에 선정한 일이 있었다"며 "지원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이용자·기관과의 긴밀한 소통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이 학창 시절 즐기던 '울티마'를 회상하며 게임이용장애 도입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포럼을 공동주최한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학창 시절 '울티마' 시리즈를 하기 위해 단어장을 만들어가며 영어 공부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 의원은 "게임산업이 국가전략산업으로 어떻게 위치할 것인지가 저희에게 주어진 과제이고 정치가 할 일"이라며 "여야가 함께 잘 논의해 이런 문제들을 풀어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좌장을 맡은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좌장을 맡은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은 지역 균형 발전의 척후병"이라며 "정부가 게임과 웹툰 등 콘텐츠 제작을 조금씩만 지원해준다면 지역 경제와 대학도 살리고 청년 일자리도 만들어지는 시작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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