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5일 11:4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파이브가이즈코리아가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왔지만, 관련 업계에선 실제 매각까지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버거킹코리아, 맘스터치 등을 비롯해 다수의 F&B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원재료와 맞춤형 운영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파이브가이즈는 한국 진출 당시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취하면서 수요가 초기에 집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코리아의 매각가로 1000억원 수준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PwC를 에프지코리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다수의 원매자에 티저레터를 발송한 상태다. 멀티플은 8~9배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F&B기업들이 6배 안팎의 멀티플을 적용받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높은 편이다.
서울역에 위치한 파이브가이즈 4호점 (사진=한화갤러리아)
2년 만에 폭발적인 성장…고점서 '엑시트'
파이브가이즈코리아는 2023년 강남역점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불과 2년 만에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첫해 성적표는 매출 100억원, 영업손실 13억원으로 다소 부진했으나, 2년 차인 2024년 기준 매출은 46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배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억원 수준을 기록,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통상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는 일반 패스트푸드 대비 높은 원재료 비용과 고객 맞춤형 조리 방식으로 인해 원가율이 높다.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도 도심 상권 중심 출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아 매출이 늘어도 단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F&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통상 프리미엄 외식 브랜드는 진출 후 3~5년 내 손익분기점 도달이 목표”라며 “초기 집중 수요 덕분에 단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예외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수익이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는 초기 수요가 집중된 이후 실적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주요 경쟁사인 쉐이크쉑(Shake Shack)은 점포 영업 실적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PC그룹은 2023년 12월 쉐이크쉑 사업부를 파리크라상으로부터 물적 분할해 빅바이트컴퍼니를 설립했지만, 지난해 1065억원의 매출과 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초기 투자비용과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파이브가이즈코리아의 운영사인 한화갤러리아가 고점에 매물로 내놓았다는 평가다. 파이브가이즈코리아의 매장당 월평균 매출은 약 10억원에 달하며, 이는 글로벌 파이브가이즈 매장 중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한다. 실제로 서울역점과 강남점은 각각 글로벌 매출 순위 5위, 6위에 올랐으며 여의도점과 고속터미널점도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당장의 실적은 긍정적이지만, 초기 수요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고든램지버거의 경우도 국내 운영사인 진경산업이 2021년 서울 한남동에 처음 론칭한 이후 이듬해인 2022년 매출 215억원, 영업이익 9억7200만원을 기록했지만 초기 반짝 수요가 사라지면서 지난해 매출은 125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영업손실 규모는 6억94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처럼 출점 초기 고가 전략과 브랜드 이슈로 관심을 모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장기간 수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한화캘러리아가 조기 엑시트에 나선 것은 초기 수요 집중을 감안한 전략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초기 반짝 효과에도 순이익 4%…성장성도 '미지수'
파이브가이즈코리아를 성공적으로 국내에 안착시켰음에도 한화갤러리아가 매각에 나선 것은 그룹 차원에서의 유동성 확보와 핵심 사업 집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불확실성과 높은 비용 구조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그룹 재무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한화갤러리아 측은 파이브가이즈를 매각한 자금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갤러리아 명품관 재건축에 투자할 것이란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향후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매각을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초기 수요가 집중됐음에도 지난해 파이브가이즈코리아의 순이익률은 4%대에 그쳤다. 흑자 전환을 이뤘다고는 하지만 이익률만 놓고 보면 실속있는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 파이브가이즈 본사는 에프지코리아 측에 로열티를 낮춰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프지코리아는 한국 내 파이브가이즈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며, 한화갤러리아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에프지코리아가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매출액의 9.1% 정도다. 맥도날드, 버거킹, KFC가 로열티로 매출액의 약 4~6%를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향후 M&A 시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기도 하다. 본사 측과 로열티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매각 결정을 철회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향후 운영사가 바뀌더라도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화갤러리아는 매각가로 약 1000억원 수준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 입장에선 에프지코리아가 올해 1월 일본법인 에프지재팬(FG Japan)을 설립하는 등 향후 일본 출점 계획을 고려해 통상 적용되는 멀티플보다 높은 수준에서 매각가를 산정했다는 분석이다. 주요 경쟁업체에 비해 실적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 등도 이번 티저레터 내용에 포함됐다고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F&B 기업에 대한 보수적 투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걸 고려하면 희망 매각가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매물로 나온 버거킹, 맘스터치 등과 비교해 외형이 작고 수익성 개선에도 한계가 있어 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