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서울 강북권 은행 지점 대기 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은행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까지 있었습니다. 은행들은 최근 몇년에 걸쳐 강북권 영업점들을 통폐합해왔는데요. 지역 간 금융 격차가 심화되고 금융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일 오전 10시에도 기본 40분 대기
3일 서울 강북 지역에서 인근 영업점을 통합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A은행 수유동점은 서울 강북구 수유역 4번출구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인근 영업점 2곳과 통합된 곳입니다. 지난 2016년 수유서점이 수유역점으로 통합된 뒤 2023년 다시 수유역점이 수유동점으로 통합됐습니다.
기자가 A은행 수유동점을 방문한 이날 오전 10시30분에는 업무를 보기 위한 고객들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습니다. 일부 고객들은 서서 대기하기도 했습니다. 오전 10시44분에 번호표를 뽑아봤는데, 40분이 지난 11시20분에서야 창구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 대부분은 고령자였으며 총 대기 인원은 15명~20명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창구 직원은 4명뿐이라 이 많은 고객들을 담당하기 버거워 보였습니다.
번호표를 들고 있다 청경에게 대기 시간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는데요. 이날 적금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영업점에 방문한 40대 여성은 "대기 시간이라도 알 수 있으면 알려달라"며 "간단히 업무만 보고 다시 직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대기 인원도 그렇고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다"고 문의했습니다. 그러나 청경은 "대략적인 대기 시간을 알려드리기는 어렵다"며 "오전에서 점심 시간대에는 고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은행에서는 모바일로 QR코드를 촬영해 방문 목적에 대해 먼저 작성하고 창구 업무 처리를 빠르게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아무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은행들이 서울 강북 지역 은행 지점들을 통폐합하면서 해당 지역 은행 지점 대기 시간이 1시간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 강북구 한 시중은행은 은행 업무 처리를 위해 대기하는 고객들로 영업점 내부가 가득 찼다. 일부 고객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성이는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은행원 "지점 통폐합으로 업무 과중"
은행 직원들은 영업점 통폐합 영향으로 고객들이 몰리며 업무량이 과중해졌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 한 은행원은 "우리 지점의 경우 영업점 세 개를 최근 들어 통폐합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두 배 이상 바쁘다"며 "오전 10시부터 바쁜 것은 일상이고 이 정도면 사람이 평소보다 적은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QR로 미리 온라인에서 어떤 용건으로 은행을 방문했는지 간단하게 입력이라도 해두면 창구 이용 시간이 줄어들지만 대부분 고객이 연령대가 있다 보니 사용을 못 하신다"며 "사용을 해달라고 해도 안 하려고 하는 분들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강북구 창동역 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B은행 창동역금융센터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창동역지점이 창동역금융센터점으로 통합돼 운영되고 있는데요. 이곳에도 고객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여기서 근무하는 보안요원은 "예적금 신설이나 단순 체크카드 발급 같은 경우 은행 창구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지만 다들 은행으로 직접 오시다 보니 이 시간대에는 조금 복잡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종이 통장을 손에 쥐고 은행을 방문한 60대 여성은 "아직 종이 통장을 들고다니는데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게 편하다"며 "돈을 만지는 일이다 보니 은행에 와서 직접 보고싶은데 항상 오면 30분은 물론이고 1시간은 기다리다 보니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내부 직원들은 은행이 최근 인근 영업점들 통폐합을 하면서 고객들이 많이 몰렸고 업무량이 두 배가량 늘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강북구 한 시중은행 내부 ATM기에서 고객들이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은행들 "운영 시간 늘린 지점 확대"
은행들은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창구를 직접 찾는 고객들이 줄어들고 있어 영업점을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 신청도 80%가량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영업점을 그대로 운영할 경우 이용 고객 수는 줄어드는데 직원 인건비는 그대로 나가기 때문에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영업점 통폐합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은행들은 영업점 통폐합에 따라 운영 시간을 늘린 특화 점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전국 82개 지점에서 '여섯시 은행(9To6 Bank)'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 영업점보다 영업 시간을 2시간 더 연장해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은행입니다. 지난해 8월부터는 개인종합창구 전 직원이 근무하는 '점심시간 집중상담' 운영 지점을 전국 41곳으로 확대 운영 중입니다.
신한은행은 저녁 8시까지 영업하는 '이브닝플러스' 지점을 전국 78곳의 '디지털라운지'로 확대했습니다. 디지털 라운지는 고객인 퇴근 후에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곳으로 계좌 개설 및 해외 송금 등 상담 창구 등 업무가 가능합니다.
하나은행은 고령층, 외국인, 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계층 특화 점포와 이동 채널인 '움직이는 하나은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3개의 시니어 플러스점과 18개의 디지털 무인점포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영업점 통폐합 대책으로 무인 영업점을 확대하거나 운영 시간을 늘린 점포도 신설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은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창구를 직접 찾는 고객들이 줄고 있어 영업점을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3일 서울 성북구 한 시중은행에서 창구 업무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이 종이 통장을 열어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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