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홈플러스 사태를 야기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에 대해 압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수장이 새로이 임명되면서 부도덕하고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받아온 MBK를 위시한 사모펀드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전 정부에서 지지부진했던 MBK에 대한 수사와 사모펀드 규제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국정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이재명정부 들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MBK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금감원이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지만 제재를 하지 않아 우려했던 홈플러스 폐업 사태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김현정 의원은 "기관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고려하고 있냐"며 구체적인 제재 수준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신속히 살피겠다"면서도 "금감원에서 위법행위 위중을 보고 결정할 것으로 최종적으로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그에 상응하는 제재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에서는 MBK에 대한 청문회 개최와 수사를 촉구해왔습니다. 청문회는 사회적·정치적 책임을 규명하는 자리로, 진상규명과 책임을 추궁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비롯한 국회 차원에서 이를 요구해왔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이를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이관했습니다. 같은 달 28일에는 김병주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5월17일에는 출국 정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진전 사항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 들어 MBK에 대한 수사와 제재가 가속화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금감원은 그간 현장조사 등을 바탕으로 한 지적 사항과, 제재 수위 등을 담은 검사의견서를 MBK에 전달하며 제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에서는 MBK에 대한 중징계가 나올 경우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위탁운용사 취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벌인 추가 현장 조사에서는 그간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 단기채권을 발행한 사기적 부정거래 외에 홈플러스 인수 시 펀드 출자자(LP)를 모으고, 차입매수(LBO·대출로 기업을 인수하고 그 기업 자산·수익으로 상환) 하는 방식 등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 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소비자 보호'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국민연금의 MBK 투자 결정에 대해 비판한 바 있어 평소부터 사모펀드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그는 "MBK파트너스는 전형적으로 인수 후 구조조정하고 재매각하는 전문 업체"라며 "국민연금이 이런 투자를 다시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MBK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 원장의 의지와 평소 신념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 등은 국민연금에 MBK에 대한 제재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조만간 홈플러스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김득의 금융소비자연대 대표는 "MBK가 결국 국민연금으로 받은 투자금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하고,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지 않았냐"면서 "국민연금에 MBK가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를 초래한 데 대한 제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MBK의 불건전 영업행위와 이로 인한 피해에 집중하며 청문회 개최를 요구해왔지만 지지부진했다"면서 "이재명정부 들어서면서 홈플러스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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