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실리콘투, 폭풍 성장에…글랜우드PE '조기 엑시트' 불러오나
실리콘투, 단기유동성 확보로 해외투자 확대
"고정비 확대 등으로 엑시트 서두를 수도"
2025-08-28 06:00:00 2025-08-2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6일 11:4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K-뷰티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257720)가 최근 2분기 실적에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호실적 배경으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의 PIPE(Private Investment in Public Equity) 투자를 꼽는다. 실리콘투가 단순 K-뷰티 기업을 넘어 글로벌 유통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사모펀드의 자금력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투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51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999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사진=실리콘투)
 
실리콘투, PIPE 투자로 확장 지속…실적 '껑충'
 
글랜우드PE 산하 글랜우드크레딧은 올해 2월 사모투자 방식으로 상장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PIPE 투자를 단행했다. 실리콘투가 기명식 상환전환우선주식(RCPS) 440만4344주(6.7%)를 주당 3만2695원에 발행하고, 글랜우드크레딧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인 실크투자목적회사가 이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총 투자 규모는 1440억원으로, 글랜우드크레딧이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한 이후 첫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단기 유동성을 확보한 실리콘투는 해외 지사 확대에 따른 물류 시스템 확장과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실리콘투는 현재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폴란드, 베트남 등에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대형 유통사인 세포라, 울타, 코스트코, 왓슨스 등 3000여 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K-뷰티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실리콘투는 물류 역량 강화를 위한 물류창고 건설에 올해 2분기까지 184억원을 투자했으며, 내년까지 총 1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추가적인 무인운반차량(AGV) 시스템 등 자동화 설비 구축에도 내년까지 총 100억원을 투자해 물류 재고 관리와 출고 효율성을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앞서 실리콘투는 K뷰티업계 최초로 물류센터 AGV를 도입하면서 일찍이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나선 바 있다.
 
실리콘투의 사업 구조는 기업고객(CA), 개인고객(PA), 배송대행(풀필먼트) 부문 등이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CA 매출을 키우는데 전략적으로 집중한 결과, CA 비중은 전체 매출 가운데 2023년 79.35%에서 올해 상반기 92.59%로 증가했다. 반면 마진이 크지 않은 풀필먼트 비율은 2023년 15.53%에서 2024년 8.19%, 올해 상반기엔 3.32%까지 낮췄다. 실리콘투는 세포라, 얼타, 왓슨스, 아마존 등 글로벌 리테일러에 대한 매출을 늘려 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재고 소진 리스크를 낮출 수 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PIPE 구조상 디스카운트 전환 옵션이 존재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방 안정성을, 발행사 입장에서는 확실한 자금 유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실리콘투는 이를 기반으로 해외 물류센터 구축, 신규 브랜드 소싱, 플랫폼 마케팅에 자금을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평가이익 42%…이른 엑시트 가능성도
 
글랜우드크레딧은 메자닌·크레딧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투자회수(엑시트)를 서두를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실리콘투에 대한 빠른 엑시트가 점쳐지는 이유 중 하나는 고성장 과정에서 물류·마케팅 비용 등 고정비가 동반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다소 희석됐기 때문이다. 판관비는 상반기 기준 지난해 437억원에서 올해 651억원으로 48.9%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6.2%에서 올해 19.6%로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6.69%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지만, CA 사업 확대에 따른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면서 일시적인 조정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인 글랜우드PE는 지난해 신규 투자 이후 투자금 회수까지 평균 약 2년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29% 수준의 평균 내부수익률(IRR)을 달성하면서 기관출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과거 글랜우드PE는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와 함께 한라시멘트에 투자한 지 1년여 만에 조기 매각을 시도하는 등 단기 차익을 노리는 전략도 자주 구사한다. 최근에는 CJ올리브영 지분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엑시트를 단행한 바 있다. 글랜우드PE는 2021년 CJ올리브영 지분 22.6%를 4140억원을 들여 인수한 뒤 약 3년 후인 지난해 CJ(001040)그룹에 되팔아 7800억원을 회수했다. 이를 내부수익률(IRR)로 환산하면 30%에 달한다.
 
글랜우드크레딧이 투자한 지분을 단순 계산하면 600억원대 차익이 가능하다. 앞서 실리콘투는 발란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며 올해 3월 말 2만5000원선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6월 말엔 6만3000원선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실리콘투 주가는 현재 4만6400원(25일 종가 기준)이다. 단순 글랜우드의 보유 지분 440만4344주를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2043억원으로, 투자원금(1440억원)을 고려하면 평가이익은 42% 수준이다.
 
다만 오버행 문제 등을 고려해 조기 엑시트는 단순 장내 매각이 아닌 블록딜 매각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란 진단이다. 시간오 ㅣ대량매매(블록딜)는 일정 수준의 할인율을 감안해야 하기에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지만, 40% 이상 차익이 보장된다면 일부 지분 조기 블록딜 매각 시도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RCPS 투자에는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보호예수 조항이 들어간다”라며 “현재 40%가 넘는 평가이익이 발생했다면 보호예수 해제 이후 블록딜을 통한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록딜 매각이 아닌 대형 PE가 장기적 관점에서 인수를 시도한다면 프리미엄을 얹혀 엑시트하는 시나리오도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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