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회수길 막힌 'PEF'…컨티뉴에이션 펀드에 몰린다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최대 6배 성장 기대
만기 연장에 불과 '지적'…온션 제공 장점
2025-10-20 06:00:00 2025-10-2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6일 14:0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이 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 인수합병(M&A) 거래 둔화 등 전통적인 투자금 회수(엑시트)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사모펀드(PEF)들이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활로를 찾는 것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슈로더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시장 규모가 향후 10년간 최대 6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10년 동안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한 엑시트가 전통적인 펀드 간 매각(fund-to-fund buyout)을 대체한다는 판단에서다. 
 
사진=슈로더 홈페이지
 
올해 상반기 미국·유럽 등에서 빠르게 증가
 
전통적인 사모펀드는 통상 10년 내외의 운용 기간을 갖고 만기 전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그러나 매각 시점이 여의치 않거나 전반적인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전통적인 IPO나 M&A 시장 외에 2차 시장(세컨더리 마켓)을 찾게 된다.
 
세컨더리 마켓은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른 운용사나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거래 시장으로, 기존 출자자(LP)가 자기 지분을 매각하는 형태다. 따라서 세컨더리 펀드는 PEF의 투자자산인 기업 등의 지분을 다른 위탁운용사(GP)가 인수할 때 결성된다. 반면 컨티뉴에이션 펀드의 경우 GP는 유지되고 자금을 출자하는 기관투자가만 바뀌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해외의 경우 컨티뉴에이션 펀드 결성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IB인 제프리스가 발간한 글로벌 세컨더리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GP 주도의 거래 규모는 470억달러(약 66조원)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다양한 자본 출처(연기금, 보험, 패밀리오피스, 세컨더리 전문펀드 등)에서 새로운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수요가 급증했고, 그 중 컨티뉴에이션 비히클(Continuation Vehicle) 규모는 전체 GP 주도의 거래 중 8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티뉴에이션 비히클은 기존 펀드의 만기 시점이 도래했을 때, 해당 펀드가 보유하던 핵심 포트폴리오 자산을 새로운 펀드로 이전해 계속 보유·관리할 수 있도록 설립한 특수목적기구(SPV)을 말한다. GP가 조성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아래에서 관리되는 각각의 자산이 컨티뉴에이션 비히클인 셈이다.
 
컨티뉴에이션 펀드 활성화는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총 11개의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결성됐으며, 총 53억유로(약 8조원) 규모다. 지난해 연간 결성액인 75억유로(약 11조원)의 68% 수준이다. LP는 엑시트와 재투자 중 선택할 수 있고 GP 역시 상황에 맞는 엑시트 전략을 설계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펀드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장점 많지만…‘투자금 회수 어렵다는 반증’ 지적도
 
국내에선 한앤컴퍼니가 지난 2022년 처음으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1호 블라인드 펀드에 담겨 있던 쌍용C&E의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국내외 LP로부터 15억달러(약 1조9천억원) 규모로 모집했다. 매각을 통한 회수가 일반적인 엑시트 전략이지만, 대체투자 수요가 급감하면서 마땅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자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해 버티기에 나서는 것이다.
 
올해는 최근 JC파트너스가 2022년 인수한 법인보험대리점(GA) 굿리치에 대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했다. 앞서 매각을 추진했지만, 시장에서 평가하는 몸값이 여의치 않자 경영권 유지를 택하고 투자 기간을 늘린 것이다. JC파트너스는 신규 펀드 출자자로 보험사를 우선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컨튜니에이션 펀드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단순 만기 연장에 그칠 뿐만 아니라,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자산을 새로 담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상은 매물이 팔리지 않아 재고를 안고 펀드만 바꾼 자전거래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시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평가가 좋지 않은 상황서 막무가내로 매각이나 상장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는 없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당장 원매자가 잘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손해를 보고 팔기보다는 펀드를 새로 만들어 추후 매각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 꾸준한 밸류업을 통한 장기 보유 목적에도 부합하고, LP도 보다 나은 회수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컨티뉴에이션 펀드 결성 시, 운용사들이 기존 자산의 공정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면에서 시장에선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서도 “LP는 현금화하거나 롤오버(재투자)할 수 있는 옵션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고, 신규 투자자도 실적이 가시적인 자산에 투자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리스크 식별이 비교적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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