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IB&피플)김승우 메디톡스벤처투자 부사장
메디톡스 연구소와 공동 기술 평가·의견 조율
초기 바이오 기업 성장 역량 맞춤 지원
2025-10-20 06:00:00 2025-10-2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5일 18:3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스타트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라는 고비가 존재한다. 성장 정체 구간으로 불리는 이 시기의 가장 큰 난관은 자금 부족이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췄더라도 이를 사업화하고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제품 개발에만 몰두한 나머지 시장의 수요와 고객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바이오 업계의 데스밸리는 훨씬 더 험난하다. 연구개발에서 임상, 제품 상용화에 이르는 전 과정이 장기간에 걸치고 성공 가능성은 낮은 데다 각종 규제 변수까지 맞물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한 1세대 바이오벤처 메디톡스(086900)는 이러한 험로를 스스로 개척하며 데스밸리를 넘어선 대표적 기업이다. 그만큼 바이오 스타트업이 무엇에 직면하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이 같은 메디톡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립된 자회사 메디톡스벤처투자는 현재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의 든든한 데스밸리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IB토마토>는 메디톡스벤처투자 김승우 부사장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성공 DNA 이식 전략과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의 새로운 성장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김승우 메디톡스벤처투자 부사장 (사진=메디톡스벤처투자)
 
다음은 김승우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와 조직에 대해 소개해달라.
△메디톡스벤처투자는 메디톡스의 자회사로서 헬스케어 분야의 초기 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2017년 7월 설립됐다. 저는 현재 메디톡스벤처투자가 운용 중인 메디톡스투자조합1호, 스마트메디톡스투자조합2호의 대표펀드매니저로서 VC 심사역 업무를 하고 있으며, 조직의 실적을 점검하고 방향성을 기획하는 일도 겸하고 있다.
 
-메디톡스벤처투자 합류 이전에는 삼성증권(016360)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자로서 VC 업계에 뛰어들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성공한 1세대 바이오 벤처 중 하나인 메디톡스의 정현호 사장님께서 국내바이오 초기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상하고 계셨고, 제가 삼성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중 그러한 정현호 사장님과 연이 닿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로서 분석했던 대상은 상장된 기업으로서 기술 및 조직, 서비스/제품 면에서 어느정도 검증이 된 회사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VC 심사역으로서의 투자 대상인 바이오 초기 기업들은 매출이나 이익 창출과는 거리가 멀고 오직 그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주요 평가 대상인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 시절 주요 분석 역량이었던 산업 트렌드 및 업체별 경쟁력 분석을 기반한 financial forecasting 능력이 커다란 쓸모가 없게 되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산업 및 기업을 분석해 보았던 경험은 균형 잡힌 시선으로 기업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줬고, 증권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과 그곳에서 쌓았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피투자사가 IPO까지 가는 과정에 있어 다른 투자 심사역 대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피투자사 선정 기준이나 투자 원칙이 있다면.
△후기 단계 기업으로 갈수록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지기 때문에 해당 단계에 접어든 기업들에 대해서는 피투자사 선정 기준이 타 VC 대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초기 단계 기업들은 이러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보유 기술에 대한 분석이 깊게 이뤄져야 한다.
메디톡스벤처투자는 피투자사가 보유한 기술의 독창성, 시장성, 진입장벽 등을 고르게 파악하려고 하고 있고, 창업자 그룹의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실험 데이터의 신빙성 또한 가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초기 기업의 인적 구성과 지분 구조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피투자사에 투자금이 들어 갔을 때 투자자와 약속한 기한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인지 판단한다. 결국 이러한 분석들을 통해 피투자사가 해당 분야에서 최소한 국내 선두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투자를 하게 된다.
 
-주력하는 세부 투자 분야나 최근 주목하고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
△메디톡스벤처투자가 투자한 헬스케어 분야를 자세히 보면 다양한 세부 분야로 다각화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업계에서 관심이 높은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다중항체, 유전자치료제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피투자사를 찾고 있지만, 가장 큰 원칙은 포트폴리오의 세부 분야 관점에서의 다각화로 생각하고 있다. 즉, 운용하는 투자 조합의 수익률이 가질 수 있는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전문성이 높은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규제나 제도적 측면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초기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 재원 확보 측면에서 모태펀드나 성장금융과 같은 정책 펀드에서의 출자 사업이 그 동안 제한적이었던 점은 아쉬움이 있다. 초기 바이오 분야는 투자 후 회수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서 투자 재원을 조달하기 매우 어려운 면이 있다. 국내 바이오 분야가 시장에서 소외 받는 시기에도 정책 펀드는 꾸준히 출자 사업을 진행해 좋은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지속적으로 R&D를 해 나갈 수 있는 투자 환경을 더욱 활발하게 조성해 주기를 희망한다.
 
-설립 이듬해부터 팁스(TIPS) 운영사로 선정돼 창업기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메디톡스벤처투자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초기 바이오 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초기 바이오 기업에 대한 평가는 그 기업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분석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메디톡스벤처투자는 그러한 기술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차별적인 역량이 있다.
또한 초기 바이오 벤처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신약 개발(혹은 의료 기기 개발) 전주기 역량을 상당 부분 모회사인 메디톡스를 통해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바이오 기업의 육성 측면에서도 비교 우위가 있다고 판단된다.
 
-모기업 메디톡스와의 시너지는 어떤 방식으로 발휘되고 있나.
△메디톡스벤처투자와 메디톡스와의 시너지는 투자 단계와 육성 단계에서 모두 발휘된다. 먼저 메디톡스벤처투자는 피투자사가 보유한 기술에 대한 평가를 메디톡스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메디톡스벤처투자가 타 VC 대비 기술 분석의 깊이, 실험 데이터의 신뢰도 평가, 특허 전략의 적합성 등에 대해 비교 우위의 분석 역량을 갖게 한다. 특히 메디톡스 연구소의 분석 의견을 단순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식 IR 미팅을 메디톡스 연구소와 같이 참여하고 이후의 기술 평가 과정에서 많은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등 기술 분석 단계에서의 시너지 창출에 적극적이다.
육성 단계에서의 시너지는 메디톡스가 국내 성공한 1세대 바이오 벤처 중 하나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초기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death valley를 통과할 수 있는지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바이오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역량을 맞춤 공급할 수 있다.
 
-최근 CKD창업투자와 함께 K-바이오백신펀드 5호 공동 운용사로 선정됐다. 남은 일정과 운용 계획은.
△남은 일정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도에 500억원 규모의 조합 결성을 완료하고 조합 결성 후 3년 이내에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메디톡스 그룹과 CKD 그룹이 각자 가지고 있는 역량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딜 소싱, 투자 분석, 회수 등 전 주기에서 양사간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디톡스벤처투자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메디톡스벤처투자의 설립 목표는 국내 성공한 1세대 바이오 벤처 중 하나인 메디톡스가 초기 바이오 벤처를 발굴하여 성공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육성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앞으로도 헬스케어 분야 전문 VC로서 더욱 더 입지를 강화해 국내 헬스케어 분야 Top-tier VC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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