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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12일 17:5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최근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
CJ(001040)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매각주관사인 삼일PwC가 홈플러스 잠재적 인수 후보군에 '티저레터(Teaser Letter)'를 발송하면서다. 그러나 매각주관사와 CJ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CJ는 국내 유통 판로를 모두 확보하고 있어 대형마트 인수를 통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가 제한적이다. 더구나 홈플러스가 제시한 매각 희망가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재무적 실익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설은 매각 절차 중 후보군이 광범위하게 거론되면서 불거진 해프닝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사진=박예진 기자)
CJ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미미 "인수 부정적"
12일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홈플러스의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최근 홈플러스 매각을 위한 티저레터를 배포하고 인수 후보자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유력 전략적 투자자(SI)급 후보로 쿠팡과 이마트, GS, 컬리, 중국계 징둥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프라인 유통업황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데다 홈플러스가 갖고 있는 재무적 리스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최근 CJ가 홈플러스를 인수한다는 설이 돌고 있어 눈길을 끈다. CJ는
CJ제일제당(097950), CJ ENM, CJ CGV, CJ 올리브영,
CJ대한통운(000120) 등을 주요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물류와 커머스 등 소매유통으로 분류되는 '신유통'과 식품 부문 매출 기여도가 각각 39.7%, 33.0%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홈플러스를 인수한다면 신유통과 식품 부문에서 시너지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J가 홈플러스 인수로 주력 자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J올리브영과 뚜레쥬르·빕스·더플레이스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이미 전국 단위로 매장을 확보하고 있고, CJ프레시웨이는 단체급식과 일반식당·호텔 등에 식자재를 유통하는 기업간 거래(B2B)가 주력 사업이기 때문이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은 CJ제일제당과 '삼호어묵' 등을 제조하는 수산물 가공 기업 CJ씨푸드로 한정된다. 다만, 이마저도 온·오프라인 유통 판로를 확보하고 있는 CJ가 홈플러스 매장을 운영해서 얻는 기대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CJ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형마트 사업을 영위하는 홈플러스와 그룹 계열회사 간 시너지는 제한적으로 판단해 인수 검토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전세 낀 아파트'라지만 이자부담은 인수회사 몫
홈플러스 매각가가 여전히 고평가 됐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지난 6월 삼일회계법인이 법원에 제출한 홈플러스 재무상태 등에 관한 조사보고서에서는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2.5조원으로 청산가치(3.7조원) 보다 낮게 나타났다.
계속기업가치는 기업이 앞으로 지속적인 영업을 한다고 전제했을 때 가지는 가치로, 현재 시점에서 기업을 처분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인 청산가치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즉,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것보다 보유 자산을 처분해 채권자나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나눠 가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청산이 아닌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인가 전 M&A(인수합병)'에 나섰다. 인가 전 M&A는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적인 M&A와는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이에 MBK 파트너스가 보유한 2.5조원 규모 홈플러스 보통주가 무상소각되면서 약 3.7조원에 인수가 가능해졌다.
특히 홈플러스 측은 보유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면 '전세 낀 아파트'와 같은 개념으로 인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유 부동산 자산이 약 4.8조원에 달해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활용할 경우, 일반적인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면 약 2조 원 내외의 자금 차입이 가능해서다. 홈플러스 전체 부채 중 즉시 상환이 요구되는 채권인 매입채무 유동화 전단채, 메리츠 대출 등은 약 2.5조~2.7조원 수준이다.
홈플러스측은 "인수자가 담보 차입 2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부족분을 현금으로 보완한다면 실제로 투입해야 할 자금은 1조원 이하로 축소될 수 있다"라며 "우선주는 3.7조원 범위 내에서 채권자들의 채권금액을 제외한 잔액으로 남게 될 것"이러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대출 받은 이후의 이자부담은 인수 회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월 말 홈플러스의 담보부차입금 이자율은 단기차입금 기준 9~10%를 기록 중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유형자산 중 토지와 건물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홈플러스에서 2조원을 대출 받을 때 단순 계산 시 이자는 1800억원에서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간 회계연도 기준 홈플러스의 영업손실은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 2024년 3142억원으로 지속됐다. 당기순손실도 4458억원, 5743억원, 6758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분할 매각 시에는 점포를 인수해 개발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검토될 수 있겠지만 홈플러스를 통으로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은 많지 않을 것"라며 "오프라인 유통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홈플러스를 통으로 인수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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