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가 나흘(18일 기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레이스 말미에도 당 대표 후보들은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이 탄핵 책임공방에서 헤매는 사이 여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찬탄·반탄 어느 쪽이 당권을 잡든 무기력한 야당의 모습을 탈피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국민의힘이 17일 서울 여의도 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2차 TV 토론회를 열었다. 후보자들은 당 혁신 방안 대신 찬탄·반탄 논쟁에 갇힌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문수·조경태··안철수·장동혁 당 대표 후보들.(사진=뉴시스)
레이스 말미에도 '탄핵의 늪'
17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2차 TV 토론회에서 조경태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향해 윤석열씨 탄핵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에 김 후보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들 다 감옥에 보낸 것에 대해 탄핵에 찬성한 분들 깊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조 후보는 이어 장동혁 후보에게 "하나님 계시로 계엄했다고 말한 게 맞냐"고 질문했습니다. 장 후보는 "계엄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말씀드렸다"라며 "하나님 계획 안에 있다는 것이지 계획이 있기 때문에 잘못됐고 맞고 틀리고 정당화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본선 투표가 나흘 남았지만 여전히 탄핵의 늪을 허우적대는 모습입니다. 전당대회 내내 탄핵과 윤(윤석열) 어게인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습니다. 그 중심엔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있었습니다. 전씨는 지난 8일 첫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파 후보를 향해 "배신자"를 연호하며 장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전씨는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됐지만 가장 낮은 수위인 '경고' 조치만 받았습니다.
찬탄파 당대표 후보들은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소금을 뿌려 쫓아내도 모자란 존재"라고, 조 후보는 "당대표가 되어 윤리위가 왜 경고 조치를 했는지 당무감사를 해서 책임을 묻겠다"며 날을 세웠습니다. 반면 반탄파 후보들은 침묵했습니다. 전씨를 필두로 한 '아스팔트 보수' 표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탄파 후보들에게 이번 전당대회 관건은 '당심'입니다. 당 대표 선거에는 당원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20%가 반영됩니다. 당원투표 반영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강성 당원 표심을 누가 더 끌어오느냐가 관건입니다. 전통적 보수가 탄탄한 지지층을 이루고 있는 반탄파 후보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입니다.
국민의힘 안철수(왼쪽부터), 김문수, 조경태, 장동혁 당대표 후보들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특검의 야당탄압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찬탄·반탄 누구든 '속수무책'
전략은 유효합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8월11일~12일 조사,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7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ARS(RDD) 무선전화 방식, 응답률은 4.3%)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차기 당 대표 지지율은 김 후보가 37.8%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장 후보 35.1%, 안 후보 8.8%, 조 후보 8.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 국민으로 응답자를 넓힐 경우 조 후보 24.1%, 김 후보 18.2%, 장 후보 16.6%, 안 후보 9.8% 순으로 찬탄파 후보가 선두에 섭니다. 다만 찬탄·반탄 후보 간 압도적 표 차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타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합니다.
찬탄과 반탄 어느 쪽이 당권을 잡더라도 혁신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반탄파가 당선될 경우 정부·여당의 집중포화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특검의 파도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윤씨 탄핵 표결에 찬성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검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부 의원이 이미 조사에 응한 가운데,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의 소환조사 시점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내란 관련 공범 혐의가 적용돼 기소까지 이뤄질 경우 당 지도부 와해는 불가피합니다.
여당의 공세도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검의 기소가 이뤄진다면 정 대표가 주장하는 국민의힘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찬탄파 후보는 친윤(친윤석열) 세력과 절연을 강조하지만, 실제 혁신을 이끌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원내 지도부가 마련한 혁신위원회 활동마저 좌초된 상황에서 당심을 얻지 못한 찬탄파의 혁신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관측입니다. 인적 쇄신 외에 뾰족한 혁신 방안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힙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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