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권력과 기업
2025-08-18 06:00:00 2025-08-18 06:00:00
김건희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김건희씨와 측근들이 공천 과정에 개입하고 대통령 직무와 연관된 청탁에 관여하는 등 국정농단 수준의 행위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김건희씨 말을 빌리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인사 체계를 뒤흔들었고, 그 결과 투명한 절차가 아닌 각종 청탁과 사적 이해관계가 국가 운영을 잠식하기에 이르렀다. 조직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공천 개입과 대통령실 인사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청탁과 인사 개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렌터카 신생기업 IMS모빌리티에 대기업과 금융권 자금이 대거 유입된 사례나 김건희 측근으로 불리는 건진법사가 대표적 소유분산기업인 KT에 금품을 요구한 정황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말도 내놓고 있다. 윤석열정부 체제에서 대기업 대관 업무를 담당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떤 연줄을 찾아서라도 건진법사나 김건희 측 인물을 만나려 했었다고 한다. 정무적으로 풀리지 않는 일이 생기면 건진법사를 만나야 해결된다는 얘기가 이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던 까닭이다. 
 
정치와 국내 기업들의 유착 관계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는 하나 감시의 눈을 키울 필요가 있다. 정권에 자금을 제공하는 대가로 대기업이 각종 규제 완화와 사업 특혜를 누리던 관행에 철퇴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정치권의 부패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기업들이 미래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고, 그 대가로 사업권과 규제 혜택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김건희씨를 둘러싼 이번 의혹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이 같은 전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라는 것의 방증이나 다름없다. 권력의 사적 네트워크가 기업의 의사결정과 이익 추구 과정에 개입하면, 시장의 공정성은 무너지고 사회 전반에 불신이 확산된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실력보다 연줄에 의해 좌우되고, 이는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 김건희 특검에서 수사 영역을 대기업 관련 내용으로도 확장해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이번 김건희 특검 수사는 단순한 권력형 비리 규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기업 청탁 구조 전반을 살펴보고, 법률로 기업 인사 독립성을 보장하며, 권력 주변 인물의 부당 개입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 권력과 자본의 적정한 거리는 민주주의의 안전장치이자, 기업 경쟁력의 토대다. 이 선을 지키지 못하면 기업은 더 이상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잘 보이는 경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국민과 주주 모두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지은 테크지식산업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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