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앤코, 솔믹스 매각으로 펀드 성과 가속…산업 편중 우려도
가파른 실적 상승으로 카브아웃 딜 성공
반도체 비중 높지만 시너지 기대할 수도
2025-08-14 10:47:48 2025-08-14 10: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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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지난해 SKC(011790)로부터 인수했던 반도체 부품 제조사 솔믹스를 약 1년 반 만에 매각하며 빠른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섰다. 한앤코는 이번 매각으로 4호 블라인드 펀드의 첫 트랙레코드를 추가하게 됐으며, 한앤코가 자주 구사했던 '카브 아웃' 딜의 성공 사례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솔믹스 매각에도 4호 블라인드 펀드 포트폴리오가 반도체 소재·부품 업종에 편중돼 있어 향후 SK실트론 인수 시 반도체 편중이 더욱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최근 TKG태광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각가는 약 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2024년 2월 SK그룹의 화학 계열사 SKC로부터 파인 세라믹스 사업부를 약 3303억원에 인수한 이후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조기 엑시트에 나선 것이다.
 
(사진=한앤코)
 
솔믹스의 매각 배경으로는 가파른 실적 개선이 꼽힌다. 솔믹스는 반도체 공정 장비에 사용되는 알루미나·실리콘·실리콘카바이드·쿼츠 소재의 고순도 세라믹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로, 한앤코 인수 이후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3년 2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약 400억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70억원에서 1880억원으로 성장하며 전반적인 반도체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선 내부 운영 효율화와 빠른 PMI(인수 후 통합) 작업을 통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코가 짧은 기간 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며 조기 엑시트를 추진한 것은 성과 중심의 전략적 투자 행보”라며 “SKC 입장에서도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고, 한앤코는 인수 자산의 가치를 높여 빠르게 매각하는 카브아웃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SK·대한항공 등 대기업과의 '카브 아웃' 잇달아 성공
 
한앤코는 그동안 SK와 다수의 카브 아웃 딜을 진행해왔다. 이는 대기업이 비핵심 사업부를 분할·매각하면, 이를 사모펀드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켜 구조를 정비하고 집중 육성하는 투자 방식으로, 한앤코는 과거부터 SK 뿐만 아니라 여러 대기업의 비주력 사업을 인수해 밸류업을 이끌어내며 업계 신뢰를 쌓아왔다.
 
최근 매각을 추진 중인 SK해운의 경우 2018년 SK그룹으로부터 해운 물류 자회사 SK해운을 약 1조5000억원에 인수, 해운업 불황 속에서도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냈다. SK엔카(케이카)도 한앤코의 대표적인 카브아웃 사례 중 하나다. 한앤코는 SK그룹의 중고차 사업부를 분리해 2018년 약 2000억원에 인수한 후 기업가치를 2배 이상 불렸다.
 
한앤코는 케이카(381970)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투자전문회사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유한회사의 지분 72.05%(3471만6579주)를 보유 중이다. 최근 1만5000원대 주가를 고려하면 지분 가치만 약 526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 5년 동안 약 2086억원에 달하는 배당까지 고려하면 케이카 인수는 한앤코의 성공적인 카브 아웃 딜로 꼽힌다.
 
SK그룹 외에도 한앤코는 2020년 대한항공(003490)의 알짜배기 사업이자 사실상 독점 사업에 가까웠던 기내식 및 면세품 판매 사업부, 대한항공C&D를 약 9906억원에 인수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이는 코로나 위기 속 자금이 필요한 항공사와 사모펀드 간 체결된 거래로 관련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앤코는 이듬해 밀키트 기업인 마이셰프를 인수, 볼트온 전략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했다.
 
대한항공C&D의 지난해 매출은 6240억원, 영업이익은 92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3%, 39% 증가했다. 지난 2021년 1000억원에도 못 미친 매출과 11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보기 드문 실적 개선 사례다. 당시 한앤코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사모펀드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인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항공 수요 회복에 베팅한 바 있다.
 
 
SK실트론 인수 시 반도체 비중 90%…리스크 아닌 시너지 해석도
 
최근에는 지난해 조성한 4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첨단 산업으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솔믹스 비롯해 SK엔펄스의 CMP 패드 사업부, SK스페셜티 등 SK계열 반도체 관련 사업에 연이어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반도체 투자 비중이 높아 지난해부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솔믹스 매각을 통해 한앤코는 신속한 투자 회수와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지만, 일각에선 SK실트론을 인수할 경우 반도체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추측도 뒤따른다. 만약 4호 블라인드 펀드가 SK실트론까지 품게 된다면 기존 SK스페셜티, CMP 패드 사업부 등과 더불어 반도체 비중이 약 90%에 달하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반도체 편중을 두고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밸류체인 전체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높고, 기존 고객사인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를 상대로 한 납품에 있어서도 패키지형 공급 제안 등 다양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앤코는 솔믹스를 매각하기 전 CMP패드 사업부와의 합병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반도체 업황 변동 시 펀드 전체 수익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완성형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통합 솔루션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라며 “한앤코의 과거 투자 방식을 고려했을 때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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