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열고 당 혁신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으나, 윤 위원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는 등 한때 공방이 이어졌는데요. 이날 오후 윤 위원장이 비공개 의총에 참여했지만, 혁신안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진척이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혁신안 논의 전부터 좌초를 겪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윤 위원장을 패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원들이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원총회서 '윤희숙 부재' 때문…"사실 아냐"
국민의힘이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시한 '혁신안'을 논의했습니다. 1시간 동안 이어진 의총에서 혁신안에 대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는데요.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수 의원은 혁신위원장이 직접 의원총회에 출석해 혁신안이 필요한 사유에 관해 설명해야 의원 간 토론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의총이 있다고 윤 위원장에게 연락했지만, 본인이 참석 여부에 대해 답변을 안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 의총에서 혁신안에 관해 설명을 듣고 다시 한번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윤 위원장은 곽 수석대변인의 말과 달랐습니다. 윤 위원장이 의총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총에 불렀는데 참석하지 않아 혁신안 논의가 불발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날 송언석 비대위원장의 비서실장인 박수민 의원으로부터 '의총 참석 의향' 여부에 대해 전화를 받았고, 불러주시면 기꺼이 간다고 답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기이하게도 똑같은 대화가 세 번의 통화에 걸쳐 반복됐고, 오늘 아침까지도 참석하라는 연락이 없어 오전 9시에 전화해 '도대체 오라는 겁니까 오지 말라는 겁니까' 물으니 '의논해 봐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며 "그 후 당사 사무실에서 콜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부르는데 안 왔다'는 기사가 떴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윤 위원장이 내놓은 혁신안은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 수록 △당대표 단일지도체제 채택 및 최고위원제 폐지 △당원 주도 인적 쇄신을 위한 당원소환제 도입 및 강화 등 3개 혁신안을 제안했습니다. 이날도 관련 내용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1시간 만에 종료됐습니다. 오후에 이어진 의총에는 윤 위원장도 참석했지만, 혁신안에 대한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했습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오전에 참석하지 않았던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이자 의원 (사진=뉴시스)
전당대회 앞두고 '윤희숙 혁신안' 좌초 위기
국민의힘이 출구를 못 찾는 사이, 당 안팎에선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혁신안이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출범한 혁신위는 그동안 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인데요. 혁신위 출범 다음날인 10일에는 윤 위원장이 "탄핵과 계엄 관련 대국민 사죄"를 1호 혁신안에 수록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일부 '탄핵 반대'론자들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그러자 윤 위원장은 '탄핵을 반성하지 않는 인사'를 인적 쇄신 0순위로 지목하면서 갈등이 고조됐습니다. 특히 지난 16일 윤 위원장은 8대 사건을 언급하며 관련 인사들의 거취를 압박했고, 이때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의원 등 4명을 1차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해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윤 위원장이 이때 언급한 8대 사건은 △대선 패배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대선 후보 단일화 입장 번복 △탄핵 국면서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 한남동 관저 앞 시위 △당원 게시판 논란 △22대 총선 공천 원칙 무시 △비윤(비윤석열)계 당 대표 선출을 막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의 국정 운영 왜곡 방치 등입니다.
이날 윤 위원장은 의총 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의 문을 닫으라는 국민 눈높이를 조금이라도 근접하게 하려면 줄사퇴가 이어져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가지고 책임지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혁신위에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날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장동혁 의원은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탄핵 찬성'에 용납할 수 없으며, 내부 총질로 당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며 "이제라도 국민의힘 107명 의원을 단일대오로 만들어 의회 폭거를 자행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정부와 제대로 싸우게 만드는 것이 바로 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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