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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철강업계도 임금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 요건으로 고정성을 들었으나 11년 만에 이를 요건에서 제외하며 통상임금 범위를 넓혔다. 이는 퇴직금, 근로수당, 연차수당 등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며 특히 중소형 철강업체에는 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생산 자동화와 생산성 제고를 위한 스마트 팩토리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산업 침체로 투자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IB토마토>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임금 상승 압박을 효과적으로 해소한 사례를 살펴보고, 향후 산업 전반으로의 확산과 지원 필요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중견 및 중소 철강업체가 통상임금 판결 변화로 인해 인건비 부담 증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견 이하 다수 철강업체가 수익성 감소로 인해 스마트 팩토리 투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인공지능 도입, 생산 자동화 등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향후 스마트 팩토리 보급 확대를 위한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이 확대돼야 보급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한국철강협회)
통상임금 판결 변화…인건비 증가 불가피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금속업계 다수가 통상임금 판결 변화에 따른 임금 개편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개편안은 회사 측과 노조 측이 임단협(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명절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하기로 노조와 합의했고, 합의 내용에 따른 소급 임금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통상임금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인 고정성을 제외하며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했다. 통상임금 해당 요건을 축소하면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지고, 이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통상임금은 근무 수당 지급,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에 향후 철강업체는 급여 지급액 및 퇴직금 충당부채를 늘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대기업을 제외하면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강판 가공 등 하공정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규격화된 생산보다 주문에 따라 맞춤 가공을 해야 하고, 맞춤 작업은 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중견 이하 철강업체의 제조원가 중 급여 등 인건비 비중은 10~20%대에 달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경산업 13.2%, 쎄니트 13.5%, NI스틸 17.4% 등이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매출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에 그쳤다. 포스코는 올해 1분기 매출원가 중 급여 비중이 5.7% 수준에 그쳤다.
또한 통상임금 기준이 상향되면서 퇴직금 충당부채도 더 쌓아야 한다. 철강업계 침체로 인해 포항 내 철강업체들이 공장 휴업, 사업 매각 등에 나서고 있고, 이에 따른 인력 이탈이 줄어들지 않는 추세다. 퇴직금 등 지출이 줄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례로 선재 제조사 코스틸은 기업 회생을 위해 선재 제조 사업을 매각하고 소규모 인력으로도 운영할 수 있는 철강 유통업체로 전환한다.
통상임금 판결 변화로 국내 철강업체 대다수가 인건비 금액과 비중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건비 비중이 늘면 원료 구매, 설비 투자 등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철강산업은 지난해부터 침체가 본격화되며 수익성이 줄어들었다. 이에 실질적인 인건비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 향상 스마트 팩토리 더딘 보급
업계는 생산 자동화,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를 인건비 부담 증가 최소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생산 공정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불량률이 줄어 낭비되는 원료를 줄일 수 있고, 생산량을 늘려 매출도 확대할 수 있다. 인력을 더 늘리지 않은 상태로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다만, 아직 소수의 대형 기업을 제외하면 스마트 팩토리가 전면적으로 보급되지 못한 상태로 파악된다.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인식이 낮고,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로 인해 투자 재원 확보도 쉽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공장을 보유한 중견 및 중소 제조사 중 스마트 팩토리 도입 비중은 지난해 기준 19.5%에 불과하다. 철강업계 내 스마트 팩토리 구축 및 고도화 작업이 소수 업체에 불과한 점을 고려했을 때 철강업계 역시 제조업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확산 속도가 더딘 이유 중 하나로 투자 재원 부담 문제가 꼽힌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 비용 조달 방법 중 60%가 자체 자금을 통한 조달이다. 철강산업 침체로 대부분 업체가 수익성 감소를 겪고 있어 시설 투자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이에 투자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가 확대돼야 철강업계 전반이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견 이하 철강업체를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대한 반대급부로 세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철강업계 스마트화는 인건비 부담과 맞물려 확산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대형 업체들을 제외하면 스마트화 진도가 초기 단계에 머무르는 등 느린 편”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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