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야권이 진보정권의 집값 급등 '트라우마'를 노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이재명정부 부동산 정책을 정조준한 것입니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은 '문재인정부 시즌2'가 될 것이란 경고까지 날렸습니다. 정부가 추가 수요 억제책을 시사한 상황에서 야권의 부동산 때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응 TF 임명장 수여식에서 권영진 위원장 등 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힘 "정부, 집값 대신 서민·청년만 잡아"
국민의힘은 14일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응 TF를 출범시켰습니다. 그간 진보정권 때마다 반복된 집값 급등 트라우마를 정조준한 것입니다.
특별위원장직을 맡은 권영진 의원은 "이재명정부가 발표한 6·27 부동산 대책을 시행한 지 이제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각종 부작용과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잡으라는 집값은 안 잡고 애꿎은 서민 청년만 잡는 것 아닌가 걱정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서울과 지방 간의 집값 격차는 주요국 중에서 가장 가파르게 벌어지고 있다"며 "수도권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수요를 억제한다고 장기적인 관점에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권 의원은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잠깐 진정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언제든지 문재인정부 시즌2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획기적인 공급 대책과 투기적 수요 억제책 마련으로 시장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이재명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소득·집값과 상관없이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규제는 처음 등장했습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차단해 가계대출 총량을 감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하반기 금융권의 대출 총량을 기존 목표 대비 절반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진보정권의 규제 기조는 노무현정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투기와의 전쟁을 벌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종합부동산세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처음 도입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도입,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고강도 규제책을 폈습니다.
이명박·박근혜정부를 지나며 느슨해졌던 부동산 규제는 문재인정부 때 다시 조여졌습니다. 임기 초부터 재건축 규제와 새 아파트 분양가격 통제 등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을 펼쳤습니다. 특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 3법)을 통과시켜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노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추가 수요 억제책 예고…공급 확대도 '눈길'
갖은 규제에도 집값은 늘 고공행진이었습니다. KB국민은행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정권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진보 진영이 집권했을 때 크게 상승했습니다. 서울 기준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문재인정부가 62.2%로 가장 높았고, 이어 △노무현정부 56.6% △박근혜정부 10.4% △이명박정부 -3.2% △윤석열정부 –4.9% 순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에도 집값 상승 우려가 컸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6월2일 0.19%에서 같은 달 23일 0.43%로 빠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지난 6월27일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상승세가 누그러졌습니다. 6월30일 기준 상승률이 0.4%로 꺾였고, 지난 7일 기준 0.29%로 큰 폭 감소했습니다. 정부는 규제 정책의 후속 조치로 공급 대책도 시사했습니다. 공급 확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언제든 집값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가 많이 남아 있다. 상당한 규모인데 (아직은) 공급이 실제로 안 되고 있다"며 "기존에 계획돼 있는 것을 그대로 하되, 대신 속도를 빨리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에는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한 공급 확대책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주를 이룹니다. 첫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친명(친이재명)계 실세 김윤덕 의원을, 국토부 1차관에 이 대통령 부동산 책사 이상경 교수를 지명한 점도 대통령의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구체적으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도심 내 주택 공급 방안,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주택 지구 공급 가속화 등이 거론됩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라며 추가 수요 억제책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이에 야권은 당분간 수요 규제 정책을 비판하고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인 부동산 매입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건드릴 전망입니다. 내국인은 대출 규제에 묶였지만, 외국인은 자국 금융기관을 통해 자유롭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부동산 TF 회의에 앞서 "수요자를 위한 금융지원과 양질의 주택 공급의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며 "TF가 희망의 부동산 정책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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