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김지평 기자] 지난해 3월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한 장영진 사장이 임기 1년을 넘기며 중소·중견기업 지원 강화와 보증사고 관리 등의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장 사장은 행정고시 35회 출신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30여년간 근무한 정통 관료입니다. 에너지자원정책관, 투자정책관, 산업혁신성장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지난해 1월 산자부 1차관에서 퇴임한 후 무보 수장에 올랐습니다. 산자부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정책 연계성 면에서 기대를 모았습니다.
무보는 1992년 무역보험법에 따라 설립된 산자부 산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입니다. 설립 당시 한국수출보험공사로 출발했으나 수입보험 업무까지 포괄하게 되면서 2010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습니다. 현재 단기·중장기 수출보험, 수입보험 등 다양한 무역보험 상품과 수출신용 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법정 책무인 중기 지원…지속 확대 요구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지난 1월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무보)
장 사장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가 꼽힙니다. 무보의 설립 근거법인 무역보험법 제8조의3은 중소·중견기업의 무역이나 대외거래를 우대 지원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요. 법률에 근거한 책무인 만큼 이들 기업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다만 일부 제도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무보가 인수한 약 60조원 규모의 중장기 수출보험 중 대기업 비중이 80%에 달해 지원이 대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당 기간 중장기 수출보험을 이용한 260개 기업 중 대기업 97곳이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47조2849억원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중견기업 79곳은 5조6416억원(9%), 중소기업 84곳은 6조3600억원(11%)에 그쳤습니다.
이에 대해 무보 측은 "중장기 수출보험은 계약 규모가 크고 수출 경험이 많은 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특성상 대기업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전체 무역보험 지원에서 중소·중견기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사장도 중소·중견기업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취임 이후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1월 무역금융 총 지원 목표 252조원 중 100조원 이상을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97조원보다 늘어난 수치입니다. 아울러 정부 출연금 외에도 은행과 대기업 등 민간 출연을 유도해 기금 재원을 다변화하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 대상 보험·보증상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부채·보증사고 증가…건전성 우려도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한반도 미래 심포지엄 VIP 오찬행사에서 오찬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보의 건전성 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무보의 2024년 부채는 2조9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01억원 증가했습니다. 2022년 2조914억원, 2023년 2조8010억원에 이어 매년 부채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기금 지원 확대에 따른 자금 운용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무역보험 보증사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재관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무역사고 현황에 따르면 무역사고 건수는 2021년 533건, 2022년 567건, 2023년 659건, 2024년 8월 기준 559건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나타냈습니다.
사고에 따른 보험금 지급액도 적지 않은데요. 같은 기간 무보가 국내외 보험·보증사고로 인해 지급한 보험금은 2021년 4323억원, 2022년 4400억원, 2023년 2578억원, 2024년 8월 기준 2170억원으로 총 1조3471억원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저조한 회수율입니다. 202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국내 보험·보증사고로 인한 보험금 지급액 4801억원 중 회수된 금액은 951억원으로 회수율이 19.8%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외 보험·보증사고 보험금 지급액 총 1조6617억원 중에서는 7945억원만 회수돼 전체 회수율은 47.8%에 그쳤습니다.
이 의원은 "무보가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계속 증가한다면 무역보험에 가입한 다른 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회수된 보험금액에 대한 회수 방안을 마련해 재정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성 임원 '제로', 임금 격차 문제도 여전
조직 운영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여성 리더십의 부재입니다. 알리오 공시에 따르면 임원과 고위직(1급·2급)에서 여성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상임임원 5명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으며, 1급 28명 중 여성은 1명, 2급 72명 중엔 5명에 그쳤습니다. 특히 2023년 이후 여성 임원은 0명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을 통해 임원의 여성 비율을 20% 이상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무보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기관 내 특히 고위직에서의 여성 대표성 부재는 조직문화의 편향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내부 구성원 간 임금 격차 문제 해소를 위한 노력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내부 직원은 "장 사장은 권위적이지 않고 소통하려는 성향이지만, 무기계약직과 일반직 간의 약 64%에 달하는 임금 격차 해소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이어 "공공기관이기에 인건비가 기획재정부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는 제약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장 사장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관련 요구를 수차례 했음에도 이에 대한 움직임은 미미해 아쉽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승주·김지평 기자 sj.o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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