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최근 기업들의 경력직원 채용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경력 채용만을 원하고 있는데, 이는 신입 구직자의 취업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청년들이 재학 중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3일 인천 부평구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에서 열린 뿌리기업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 발표한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를 보면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상반기 채용 공고는 현재 14만4181건으로 이 가운데 ‘경력 채용’만을 원하는 기업은 82%에 달했습니다. 신입 또는 경력을 원하는 기업은 15.4%였고, 순수하게 신입 직원만을 채용하는 기업은 2.6% 수준에 그쳤습니다.
구직자들은 이러한 경력 중심 채용이 취업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지목했습니다. 대한상의가 대졸 청년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복수응답) 응답자 중 53.9%가 ‘경력 중심 채용이 취업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꼽았습니다. 이어 ‘인사적체로 신규 채용 여력의 감소’ 33.5%, ‘인공지능(AI) 등 자동화로 인한 고용 규모 축소’ 26.5% 순이었습니다.
기업은 실전에 바로 투입할 인력을 원하지만 대졸 청년 구직자들은 직무를 쌓을 기회가 적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청년 구직자의 53.2%는 ‘대학 재학 중 직무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대한상의는 “새로운 국제질서, AI 폭풍 등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기업들의 채용도 공개채용보다는 수시로, 신입보다는 중고신입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직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서 인턴 확대, 학점 인정 연계형 현장실습 확대, 직무 기반 실무훈련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 등을 통해 재학 중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또 구직자와 구인기업간 연봉 미스매치도 상반기 채용시장의 주요한 특징으로 꼽혔습니다. 대졸 청년 구직자의 희망 연봉 수준은 평균 4023만원인데 반해, 구인기업의 평균 연봉 수준은 3708만원으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취업 한파가 매섭다 보니 구직자들은 비수도권 취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인식 변화 조짐도 보였습니다. 수도권 거주 신규 구직자의 63.4%는 “좋은 일자리가 전제된다면 비수도권에서도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청년을 비롯한 여성·고령층 등 고용 취약계층의 고용률이 다소 개선됐지만 취약성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청년·여성·고령층의 고용률은 각각 45.0%, 61.4%, 6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7위, 30위, 15위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청년·여성·고령층의 고용률이 각각 5.3%p, 6.4%p, 5.2%p나 상승했지만 여전히 OECD 중하위권 수준에 머무른 것입니다.
특히 청년 고용률은 OECD 평균 상승률(3.8%p)을 웃도는 증가 폭이었으나, 청년들이 선호하는 전일제 일자리 취업자 수는 줄어 실제 고용의 질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청년층의 전일제 종사자 수는 120만명에서 80만명으로 연평균 4.4%씩 감소해 성장률이 OECD 38개국 중 가장 낮았습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수경기 침체 지속으로 취약계층의 고용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촉진과 고용안정을 위해 맞춤형 고용지원 및 사회안전망 강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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