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1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에서는 100대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과제별로 추진 시점과 목표 등을 정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성은·김유정 기자] 새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설계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정부 조직 개편에 시선이 쏠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과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재명정부 아래 적지 않은 정부 조직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발언과 공약을 바탕으로 정부 부처 개편 방향을 짚어 봅니다.
기재부·검찰의 권력 '축' 해체
16일 공식 출범한 국정기획위는 이재명정부의 국정 과제 수립과 정부 조직 개편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정부조직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개편 방향성은 △과도하게 집중된 기능·권한의 분산·재배치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효율성 강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조직 정비 등입니다.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기재부 개편'과 '검찰 개혁'을 줄곧 외쳐온 바 있습니다. 기재부의 예산 편성 기능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검찰을 공소청과 기소청으로 분리해 집중된 권한을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기재부 개편과 관련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세 건 발의돼 있습니다. 세 법안 모두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다만 예산 기능을 담당하게 될 기획예산처가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중 어디로 갈지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중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에 속한 오기형 민주당 의원의 법안은 국무총리 산하에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기존 기재부를 재정경제부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누누이 강조해 온 부분인데요.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경선 과정에서 "수사를 기소하기 위해 할 수 없도록 기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는 시스템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검찰청 폐지법 등 '검찰 개혁 법안'을 4건 발의했습니다. 김용민·강준현·민형배·장경태·김문수 의원은 지난 11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특히 검찰의 기소권을 법무부 산하인 공소청(또는 기소청)에 두고,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김용민 의원은 법안에 대해 "저희 의견이고 아직 정부와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민주당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된 내용인 만큼 검찰청 개편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과학부총리'·'기후에너지부' 주목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이 AI 3대 강국 도약인 만큼 과학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될 전망입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AI 투자와 산업 육성 전반을 컨트롤하는 AI미래기획수석 자리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하는 인선을 발표했습니다. AI를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AI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부총리급 격상도 거론됩니다. 이와 함께 현재 기재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각각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를 겸하고 있는 체제를 손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경부의 기후 정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게 될 기후에너지부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선서 후 연설에서 '기후'라는 말을 두 번, '에너지'라는 단어를 네 번 언급했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고 했죠. 에너지 수입 대체 등은 기업 경쟁력 강화와도 연결됩니다.
이재명정부의 역점 정책이기도 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안은 3가지로 정리됩니다. 환경부와 산업부의 각 업무를 가져와 새로운 부처를 만들거나, 기존 환경부 또는 산업부에 기후에너지부서의 역할을 합치는 것입니다.
다만 3가지 방안 모두 부처 간 균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매머드급 부처인 산업부에 기후·에너지를 붙이면 더 규모가 커지게 된다"며 "환경부에 붙이기에는 환경과 에너지가 규제 측면에서 상충되는 점이 있는 만큼, 일 처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환경부에서 기후 업무를 떼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할 경우 환경부 규모가 너무 쪼그라드는 문제가 있다"며 "그런 부분은 국정기획위에서 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해 부처 기능 확장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또한 국정기획위에서는 기재부 산하 통계청을 '통계처'로 승격하고,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데이터가 근간이 되는 만큼 통계에 힘을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통상교섭본부를 통상부로 격상해 외교부에 합치는 그림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과거 언급됐던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산업안전보건청' 승격, 우정사업본부의 '우정청' 격상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과기부 명칭을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로 바꾸고, 과기부 장관 소속으로 우정청을 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 4월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당 이강일 의원은 법무부 아래 출입국관리 사무를 국무총리 소속 '이민처'(신설)로 이관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정부 조직 구성안이 제시될수록 이목은 국정기획위로 쏠립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1차 회의를 마친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부 조직 개편을 속도감 있게 하자는 공감대를 이뤘다"며 "국정기획위에서 중요한 일은 새 정부 국정 운영 방향과 국정 과제, 정부 조직 개편 방안 수립"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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