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이론상 존재할 수 없는 ‘거대 행성’ 발견
작은 별 주위를 도는 ‘거대 행성’ 충격 발견
기존 이론 뒤흔든 ‘TOI-6894b’…행성 형성의 비밀 다시 써야
2025-06-16 09:46:55 2025-06-16 09:46:55
새로 발견된 거대 행성 TOI-6894b가 작은 별 주위를 공전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사진= University of Warwick/Mark Garlick)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천문학계를 뒤흔드는 충격적인 발견이 보고됐습니다. 기존의 행성 형성 이론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거대 외계 행성이, 태양 질량의 5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별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 행성은 TOI-6894b입니다. 별보다 크고 이론과 전혀 다르며 상식을 넘어서는 존재입니다.

이번 발견은 영국의 워릭 대학교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공동 주도로 칠레·미국·유럽의 연구기관들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의 협업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학술지 Nature Astronomy에 지난 6월 4일 발표됐습니다.

“별이 너무 작다”…TOI-6894b는 왜 충격적인가
 
이번에 발견된 행성 TOI-6894b는 태양계의 토성과 유사한 크기(반지름은 토성보다 크고 질량은 절반 정도)인 저밀도 가스 행성입니다. 그런데 TOI-6894b가 공전하고 있는 별, TOI-6894는 태양 질량의 20%에 불과한 ‘적색 왜성(red dwarf)’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작고 가벼운 별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별이 TOI-6894b 같은 거대 행성을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워릭대 에드워드 브라이언트(Edward Bryant) 박사는 “91,000개 이상의 적색 왜성을 분석하며 거대 행성을 찾는 여정 끝에 TOI-6894b를 발견했을 때, 나도 믿을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초대형 망원경(VLT)을 통해 이 외계 행성의 존재를 최종적으로 확인했습니다.

거대 행성이 형성되려면…기존 이론은 무엇이었나

오늘날 천문학자들이 가장 널리 받아들이는 행성 형성 이론은 ‘핵 축적(core accretion)’ 모델입니다. 이 모델에 따르면, 먼지와 가스가 원시 별 주위를 돌며 점차 응집해 단단한 핵을 형성하고, 이 핵이 일정 질량에 도달하면 주위의 수소와 헬륨 가스를 끌어모아 급속도로 성장하며 거대 가스 행성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핵 축적 이론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별 주위에 충분한 양의 가스와 먼지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은 별, 특히 TOI-6894처럼 태양 질량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왜성의 경우, 이런 행성 형성 디스크(protoplanetary disc)가 너무 빈약해 거대 행성의 탄생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TOI-6894b의 발견은 이 일반화된 이론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습니다.

형성 방식 미스터리…“중력 붕괴? 느린 축적?”

브라이언트 박사는 “이 행성은 핵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통적 모델이 아니라, 비교적 천천히 가스를 흡수하면서 커지는 ‘중간 단계 핵 축적’ 과정을 거쳤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핵이 임계 질량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수백만 년에 걸쳐 꾸준히 가스를 흡수한 ‘느린 성장’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중력 불안정(gravitational instability)’ 디스크 모델이 거론됩니다. 이것은 별을 둘러싼 원반이 자체 중력에 의해 붕괴되어 한 번에 덩어리진 가스가 행성으로 변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두 이론 모두 TOI-6894b의 형성 조건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라며 “이 행성의 기원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행성들과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는 TOI-6894b 주성단의 온도 (사진= Nature Astronomy)

‘차가운 토성’…대기 분석 통해 단서 찾는다

TOI-6894b의 대기는 또 하나의 놀라움을 안겨준다. 대부분의 외계 가스 행성은 뜨거운 ‘핫 주피터(hot Jupiter)’로, 표면 온도가 섭씨 1000~2000도에 달한다. 그러나 TOI-6894b는 이례적으로 약 섭씨 147도 수준의 낮은 온도를 보인다. 이는 태양계 외부의 거대 행성 중 가장 ‘차가운 축’에 속한다.

이 차가운 대기 덕분에 TOI-6894b는 외계 행성 대기 분석의 ‘꿈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버밍엄대의 아마우리 트리아우드 교수는 “TOI-6894b의 대기는 **메탄 화학(methane chemistry)**이 지배적일 것으로 보이며, 이는 매우 희귀한 현상”이라며, “심지어 암모니아가 검출될 수도 있다면 이는 사상 최초의 외계 행성 대기 속 암모니아 관측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행성은 향후 12개월 내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으로 관측될 예정입니다. 연구팀은 TOI-6894b의 대기 구성 성분과 핵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이 행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밝혀낼 실마리를 찾아낼 계획입니다.

“존재 불가능한 행성”…새로운 도전 과제 던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빈센트 반 아이렌(Vincent Van Eylen) 박사는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별은 TOI-6894와 같이 질량이 낮은 적색 왜성이다. 따라서 이처럼 작은 별도 거대 행성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은하 내 거대 행성의 수를 재계산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발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칠레의 밀레니엄 천체물리학 연구소의 안드레스 호르단(Andrés Jordán) 박사도 “이 발견은 칠레와 영국에서 수년간 진행해 온 체계적인 프로그램의 결과다. 우리의 노력은 작은 별이 거대 행성을 형성하는 빈도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우주 기반 플랫폼을 활용한 후속 관측의 주요 목표를 제공했다”고 말했습니다.

Science Daily는 이 TOI-6894b가 말 그대로 ‘존재해서는 안 되는 행성(a giant planet that shouldn’t exist)라고 보도하면서 놀라움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존재했고, 천문학자들은 이제 존재의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간의 이론과 예측을 뛰어넘는 우주의 신비는 과학에 쉽지 않은 도전 과제를 또 하나 던졌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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