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대 ‘동결’…글로벌 완성차, 관세 대응 ‘눈치’
포드·BMW는 가격 인상 발표
현대차, 동결…현지 생산 확대
업계 “소비자 외면할 가능성”
2025-06-12 14:35:11 2025-06-13 10:24:11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미국의 수입차 25% 관세 인상 정책에 직면해 관세 부담 완화를 위한 전략을 모색 중입니다. 가격 인상을 통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가하거나, 가격을 동결하며 다른 비용 절감 방안을 찾는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기업의 수익성과 시장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인 탓에 업계의 치밀한 눈치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 수출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미국 전역 딜러들에게 이번달 새차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통보했습니다. 앞서 관세 부과를 적용해 미국 밖에서 가져오는 자사 자동차들의 가격을 올리겠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이탈리아 브랜드 페라리는 지난 4월 관세 발효와 동시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미국 내 생산 물량이 많은 포드조차 가격 인상을 공표한 것은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게 신호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90 모델만 생산하는 볼보도 2026년형 모델 가격을 약 4% 인상할 예정입니다. 독일 브랜드 BMW도 다음달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가격을 1.9% 올리기로 했습니다. 전기차를 제외한 대부분 차량이 대상으로, 가격이 최대 2500달러(약 340만원) 오릅니다. 
 
독일 브랜드 폭스바겐은 모든 수출 차량의 판매 가격에 ‘수입 수수료’를 추가로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수수료 수준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는 관세 비용을 판매가격에 포함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글로벌투자 은행 JP모건은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평균 판매 가격은 1대당 최대 5300달러(약 800만원)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차량 가격 인상이 소비자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즉각 판매 감소로 이어지지만, 기업들도 경영 활동에 있어 관세 영향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판단으로 풀이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전략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재무적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달라지면서 외면하는 사태를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습니다. 
 
호세 뮤뇨스 현대차 사장이 지난 4월3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데이에서 자동차 가격 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표진수기자)
 
반면, 가격 동결을 선택하는 동시에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현대차는 대표적으로 가격 동결을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꾸준히 “미국에서 현재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고, 송호성 기아 사장도 “아직 얘기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공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연간 120만대 생산 규모로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3만대), 기아 조지아공장(35만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30만대) 등입니다. 미 현지 생산 확대는 장기적으로 안정적 가격 정책을 유지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가격 인상 대신 신차 인센티브를 줄이고, 배송비를 인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세 인상 분을 벌충하는 흐름도 있습니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또한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며, 가격 인상과 동결을 두고 기업들의 고민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관세 영향을 많이 받는 업체들은 판매량의 변화, 수익의 감소 등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상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선택에 따라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인식하는 자체도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하는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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