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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과 부평공장 유휴 부지 정리에 나서면서 단순한 구조조정인지 아니면 국내 사업 철수의 전조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 수출 중심 전략 전환, 전기차 전환 지연, 노사 갈등 등 복합적인 변수들도 작용하고 있다. <IB토마토>는 이번 기획을 통해 한국GM의 전략 변화 배경과 향후 행보를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국GM이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 2공장 매각에 나서면서, 국내 철수설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론의 중심에는 ‘미국 수출 의존 구조’와 ‘트럼프식 관세 부활 가능성’이라는 복합변수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GM이 수익의 80% 이상을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편향된 수익 구조’로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된 상태다. 이에 GM은 북미 현지 중심의 사업 재편 전략을 가속화하며 한국 내 내연기관 생산을 축소하고 있고, 부평 2공장 매각 등 일련의 조치가 ‘철수 수순’으로 해석되며 노조와 정치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GM의 국내 사업 유지를 위해서는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감시와 견제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 (사진=연합뉴스)
수출 80% 미국향…수익구조 ‘취약’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이 미국 수출용이다. 한국GM은 지난달 내수 1408대, 수출 4만8621대를 기록했다. 부평 2공장에서 생산되는 주력 모델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는 북미 시장에 집중 공급된다. GM 본사는 이들 차량의 개발부터 생산 전 과정을 한국에서 주도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의 증거”라고 자평하지만, 현실은 이 구조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국GM의 매출 80% 이상이 미국 수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회사의 이익 구조는 환율과 미국 관세 정책에 절대적으로 좌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일부터 시행해온 수입차 25% 관세 정책에 따르면 수출 채산성이 급격히 하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는 미국 법원의 제재로 해당 조치가 유예된 상태지만, 트럼프 정부가 법원에 ‘사법 쿠데타’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 특성상 1~2년 앞을 내다보고 라인과 투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한국 생산기지의 전략적 입지는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GM의 생산 전략이 북미 중심으로 재편되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GM은 최근 멕시코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한편, 기존 내연기관 차량도 현지 조달 비중을 확대하는 중이다. 실제로 GM 본사는 최근 미국 뉴욕주 공장에 8억88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차세대 8기통 엔진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현지 생산능력(CAPA)을 끌어올리는 대신 한국은 개발·생산의 핵심 거점에서 점차 ‘하청 공장’ 수준으로 전략적 위치가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지난해 한국GM의 내수 판매는 2만4495대로, 2017년 13만대 수준과 비교하면 80% 이상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500억원이 넘었지만, 이는 북미 수출 호조에 따른 일시적 결과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의 관세 리스크와 함께 내수 판매 감소, 전기차 라인업 전략 부재 등 구조적 한계는 그대로라는 점이 GM의 한국 철수설에 힘을 싣고 있다.
산업은행 역할 중요…협약 내용 사수 목소리
정치권과 노조는 한국GM의 일련의 구조조정 조치를 ‘철수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금속노조 한국GM 지부는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자산 매각은 명백한 철수 시그널”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부평공장에 유휴부지는 없다. 새 투자 없이 매각만 강행하는 건 명백한 철수 준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매각을 앞둔 부평 2공장은 최근까지 가동을 하던 시설이었지만, 사측은 ‘유휴부지’라는 표현을 쓰며 마치 쓰지 않는 땅을 매각하는 것처럼 발표한 바 있다.
GM의 한국 사업장 유지를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GM 노조는 “산은이 보유한 지분 17%를 활용해 GM 본사의 철수 전략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17.0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산은이 한국GM 이사회에 파견한 3명의 이사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할지가 향후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GM은 지난 2018년 산업은행과 체결한 기본협약에 따라 2028년까지 국내에서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 당시 산은은 약 8100억원을 투입해 한국GM의 구조조정을 지원했고, 협약 기간 내 고용과 생산기지를 유지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최근 GM이 부평 2공장 가동을 사실상 중단하고 매각에 나서면서 해당 협약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평 2공장이 몇 년 전부터 1공장과 통합 운영되면서 실제로 노후된 시설 등을 선정해서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라며 “아직 어느 부분을 매각할지 결정하지 않은 만큼 생산기지 유지 협약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과 관련해서는 “센터 운영으로 재정 손실이 지속되고 있어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며 “오히려 한국에서 사업 철수를 하지 않기 위해 진행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산은이 한국GM의 국내 사업 유지 문제에 개입할 경우 '정치적 퍼주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GM 본사는 2028년 협약 종료 시점에 맞춰 추가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며 “내수도 부족하고 관세로 수출 수익성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용 유지를 이유로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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