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이 임박한 가운데 출마를 선언한 김병기·서영교 의원(기호순)의 '표심 잡기'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번 선거는 '권리당원 투표 20%' 규정이 처음 적용됨에 따라 후보들은 '당심'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갓 탄생한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당원들의 열망이 높은 만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명심)을 잘 읽어내고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에 표가 몰린 것으로 보입니다. '명심이 곧 당심'으로 통하는 셈입니다.
'내란 종식'·'경제 회복' 띄우며 지지 호소
9일 민주당 원내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3일 새 원내대표가 선출됩니다. 차기 원내대표에 출사표를 낸 두 후보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합동 토론회를 열고 향후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토론회에 앞서 두 후보는 각각 '내란 종식'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이 원내대표 적임자임을 피력하는 모습인데요.
김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을 올리고 "집권 여당 민주당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분명하다"며 "내란 세력의 난동을 제압해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국민 신뢰를 상실한 국가를 재건해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당선 즉시 반헌법특위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윤석열 내란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겠다"며 "내란에 책임 있는 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다시는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서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첫 번째 과제인 민생·경제 회복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신속히 집행할 수 있게 하겠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적극 검토해 경제가 살아나는 마중물을 만들겠다"고 역설했습니다.
(왼쪽)김병기 의원이 지난 5일, (오른쪽)서영교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김병기 의원실 제공, 뉴시스 사진)
새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영향력이 막강한 시기인 만큼 차기 원내대표 선출에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시각입니다. 국정 운영 동반자로서 이른바 명심을 잘 읽고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 원내대표에 한발 더 가까이 가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민주당 의원들 또한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습니다. 채현일 의원은 지난 8일 SNS를 통해 "차기 원내대표는 집권 초기 1년, 국정 과제 성패를 좌우할 리더십의 중심에 서게 된다"면서 새 원내대표가 갖춰야 할 리더십 3가지를 꼽았는데요. △강한 추진력과 유연한 협상력을 겸비한 정무적 균형 감각 △대통령과의 교감과 민심을 아우르는 책임 있는 리더십 △세대를 통합하는 미래 지향적 공감 리더십이 그 3가지입니다.
그는 "이재명정부 인사의 첫 단추가 총리·비서실장이라면 국정 동반자인 여당의 첫 단추는 원내대표"라며 "속도와 방향, 기세와 품격이 균형 잡힌 원내 리더십이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보장하고, 책임 있는 여당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의원은 '김병기', 당원은 '서영교'?…표심은 어디로
최근 정치권에서는 현역 민주당 의원들이 차기 원내대표로 김 의원을 점찍었다는 말이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초선 (의원) 사이에서 김병기 의원을 지지하는 기류가 강한 편"이라며 "초선들은 과거 검찰이나 권력 기관의 '야당 탄압'에 맞서 싸우고, 내란 종식을 위해 궂은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정보원에서 25년간 몸담으며 인사처장을 지냈던 김 의원의 배경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명심뿐만 아니라 '당심'도 결과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난해 6월 개정한 당규에 따라 '재적 의원 투표 80%'를 비롯해 원내대표 선거 사상 처음으로 권리당원 투표 20%가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현역 의원들의 표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면 당원 지지세가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누가 유리하다는 소문이 많아도 투표 결과를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의원들의 경우 대세에 따르거나 전략적으로 투표를 하겠지만, 권리당원의 표심은 '인지도 싸움'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심에서는 비교적 인지도가 높고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장으로 활동하며 윤석열정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데 앞장섰던 서영교 의원이 더 유리하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병기·서영교 의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다만 서 의원이 검찰 특수통 출신의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 임명에 앞서 부정적 평가를 한 것이 당원 투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서 오 수석 내정설에 대해 "윤석열과 같이 있었다, 특수통 검사로 같이 있었다, 이런 건 제가 보기에는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이 인터뷰 이틀 뒤인 지난 8일 대통령실은 오 수석을 발탁하는 인사를 발표했죠.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결국 명심을 잘 파악하는 후보가 당심까지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당내 중론입니다. 친이재명계 당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데다 정권 초기 집권 여당이 성과를 내는 것이 주요한 만큼 당심도 명심을 향해 있다는 설명인데요.
민주당 3선 의원은 "윤석열 탄핵과 대통령 선거 승리 과정을 거치면서 당이 강하게 결집해 있다. 다수 의원과 권리당원의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라며 "대통령이 국정 운영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힘을 실을 수 있는 후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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