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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9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BGF그룹의 차남 홍정혁
BGF(027410) 사장 겸
BGF에코머티리얼즈(126600) 대표가 반도체 소재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성공을 위한 전면적인 대관 및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최근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주사의 전방위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울산 소재 공장 설립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홍정혁 사장이 그간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인수·합병(M&A)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가운데 이번 무수불산(반도체 세정과 식각에 쓰이는 불소계 제품의 핵심 원재료) 소재 사업으로 오너 2세로서 자신만의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정혁 사장, 반도체 신사업 위해 지역 정치권 출신 인사 전격 영입
9일 재계에 따르면 홍정혁 사장은 울산에 1500억원 규모의 무수불산 공장 설립을 위해 정치권 인맥까지 전면에 배치하고 대관 조직을 재정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울산 지역구 의원 보좌관을 지낸 신규하 대외협력실장을 올해 영입해 관련 지역과 정치권 네트워크 협력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BGF그룹이 신사업 부문에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무수불산 프로젝트를 위해 홍정혁 사장이 본격적으로 팔을 걷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BGF그룹은 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무수불산 제조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약 1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BGF에코머티리얼즈가 발표한 단일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무수불산은 반도체·이차전지·일반 산업용 불소계 화학제품의 핵심 원료다. 그동안 국내 수요의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해 왔다. BGF그룹은 제조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5만톤 규모의 무수불산을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기업이 연간 사용하고 있는 양의 절반 수준이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향후 증설을 통해 5만톤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무수불산 대부분을 BGF그룹이 생산하게 된다.
BGF그룹이 전방위로 지원하는 이번 투자는 정부 ‘산업공급망 3050 전략’, 산업통상자원부 ‘8대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 등 국가 정책과도 밀접히 연계돼 있다. 울산시 역시 본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신속한 인허가, 행정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을 내세우기도 했다.
신 실장은 21대와 22대 국회에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 수석보좌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특히 울산 지역 출신으로 여의도 내 동향 네트워크 모임인 여울회 회장을 맡으며 지역 이해도가 높은 데다 김두겸 울산시장 등 여야 정치권 핵심 인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시설 투자 과정에서 지역 현안 조율이나 행정 인허가 정책 예산 등이 실무 차원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신 실장 영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BGF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울산 무수불산 공장 설립과 준공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무수불산의 국산화를 통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국가 첨단산업의 공급망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실적 압박과 신사업 해법…차남의 존재감 시험대
홍정혁 사장이 대관 조직 강화와 현장 중심 인사 정책을 펼치는 배경에는 실적압박과 오너 2세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는 이중 과제가 자리한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지난해와 올해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적 반등에 실패했다. 지난해 인수한 케이엔더블유(KNW)는 영업손실 11억원 순손실 1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는 BGF에코머티리얼즈까지 악영향이 이어졌다. 올 1분기 매출은 13.5% 증가한 990억원으로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영업이익은 14.6% 줄어든 48억원, 당기순이익은 27억8900만원으로 48.9%로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이번 설비 투자는 지주사 BGF의 든든한 지원 아래 이뤄졌다. BGF는 지난해 6월 말 BGF에코머티리얼즈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23년 8월 KNW 인수 대금 635억원 중 62.2%에 해당하는 395억원 역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원케미칼 인수 등에도 참여하면서 그동안 BGF가 BGF에코머티리얼즈에 출자한 누적 금액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BGF의 사정이다. BGF의 잉여현금흐름(FCF)은 2023년 464억원에서 지난해 27억원으로 94.18%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63억5000만원에서 343억60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부채비율 또한 2023년(14.24%), 2024년(16.15%) 조금씩 오르다 올해는 20.48%로 예상된다.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만큼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이렇다 할 성과없이 지주사로부터 자금만 수혈받을 경우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홍정혁 사장이 이번 무수불산 신사업을 통해 경영능력과 책임을 증명해야 할 시점에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공급망 이슈가 커지는 가운데 BGF의 대규모 투자와 대관조직 정비는 긍정적 시도”라면서도 “다만 실적 개선 등 가시적 성과가 동반되어야 오너 2세의 리더십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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