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위기의 면세업)②올·다·무 가는 외국인…제품 다각화 '절실'
다양한 제품·저렴한 가격에 움직이는 관광객
1만원대 마스크팩…면세점에서 7000원 더 비싸
2025-06-04 06:00:00 2025-06-0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9일 17: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국내 면세업계는 24조8586억원 규모로 성장하며 역대 최대 호황을 누렸다. 당시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중국어 안내 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면세시장 성장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면세시장 규모는 급격히 위축됐고, 지난해에는 14조224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IB토마토>는 침체된 면세업계의 현황을 짚어보고 향후 업황 회복 가능성을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미국에서도 한국의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이 유명한데 올리브영은 제품이 다양하다고 들어서 방문했어요."
 
지난 28일 올리브영 명동타운지점에서 만난 미켄지(Mikenzie·14세)씨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이모의 추천으로 올리브영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미켄지씨 손에는 대용량 메이크업 픽서 제품이 들려 있었다. 
 
최근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다무로 불리는 신흥 유통기업 3사의 추정 기업가치가 1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8일 기준 롯데쇼핑·이마트·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 등 4개 유통사 시가총액 7조8794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28일 오후 12시 단체 관광객들이 3CE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박예진 기자)
 
3CE·젠틀몬스터에만 몰리는 관광객
 
지난 28일 오후 12시에 방문한 신세계면세점에는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한 단체 관광객 줄을 서 있었다. 면세점의 위기라는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줄을 서 있던 중국인 관광객에게 묻자 그는 색조 브랜드인 '3CE(쓰리씨이)'를 가리켰다.
 
잠시 후 관광객들은 3CE로 몰렸다. 2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길게 늘어섰다. 3CE 이외에 토리든·아누아 등 K-뷰티 등 다른 브랜드 제품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2~3명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후·설화수·오휘 등 정통 강자 브랜드 매장에서도 사람이 몰리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K-뷰티 풍속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 시내 면세점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K-뷰티는 인디브랜드를 중심으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가 발표한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화장품 총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5%로,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증가했다. 수출의 과반 이상이 인디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는 LG생활건강(051900) 등 정통 화장품 기업의 경쟁력 감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2022년까지 7조1858억원을 기록하던 매출액은 2023년 6조8048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6조8119억원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7일과 28일 양일간 오후 4시에 방문했던 롯데면세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는 소수에 불과하던 소비자들이 미우미우와 젠틀몬스터 등에서는 몰려 있었다. 
 
구찌 매장 뒤 젠틀몬스터 매장에 소비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박예진 기자)
 
신세계면세점에서도 3CE 외에 관광객이 몰려있는 매장은 젠틀몬스터 등으로 한정적이었다. 28일 오후 1시쯤 1층에 위치한 젠틀몬스터 매장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매장 직원에게 제품 보유 여부를 물어보자 "솔드아웃(SOLD OUT)"이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모습도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젠틀몬스터는 이전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한국 브랜드였다"라며 "화장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비자분들이 브랜드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 끌어모은 제품 경쟁력
 
면세점이 고전하는 사이 올리브영과 다이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점차 늘고 있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을 방문하는 고객 중 90%를 외국인이 차지한다. 지난해 11월 오픈한 '올리브영N 성수'도 전체 매출의 70%가 외국인으로 집계된다. 
 
지난 28일 오후에 방문한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에서도 틴트를 손등에 바르고, 휴대폰에 기록해 둔 제품을 찾아다니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2층 한 켠에는 외국인 고객 편의를 위해 별도의 휴게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올리브영은 이곳에서 무료 와이파이와 사후 면세 제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다(You can tax refund. If you buy over 15000won)'는 안내 문구를 전광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제품 1개 이상을 사면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셈이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 2층 휴게공간. 이곳에서는 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다. (사진=박예진 기자)
 
가격 경쟁력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토리든 멀티 패드의 경우 면세점에서 15달러(한화 2만625원·28일 매매기준율 1375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올리브영에서는 1만6100원이면 구매가 가능했다. 10장에 1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메디힐 마데카소사이드 마스크팩 등도 13달러(1만7875원)에 판매됐다. 1개 30달러(4만1250원)이던 아이소이 브라이트닝 세럼은 더블한정기획 상품으로 2만9700원에 판매됐다.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다.
 
다만, 3CE의 경우 시내 면세점이 조금 더 저렴한 제품도 있었다. 올리브영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확인한 결과 1만8000원에 판매되는 3CE 벨벳 립 틴트는 면세점에서는 11달러(1만5125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앞서 방문한 다이소 명동역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층부터 12층까지 있는 건물을 오가기 위한 10인용 엘리베이터에서는 문이 열릴 때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이소 명동역점은 명동점, 홍대2호점 등은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매장 중 하나다. 
 
올해 4월 기준 다이소 내 해외카드 결제건수는 전년 대비 40%, 결제금액은 60%가량 확대됐다. 뷰티·퍼스널, 식품·음료, 문구·팬시, 레저·취미, 조리·식사 카테고리 순으로 매출 비중이 높다. 다이소 내에 비치된 대형 가방을 들고 뷰티 제품뿐만 아니라 식품, 문구, 팬시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보였다. 
 
28일 다이소 매장 내 풍경. (사진=박예진 기자)
 
다이소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인들에게 선물할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품이나 캐릭터 상품은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적당하고 가성비가 높아 박스로 구매하기도 한다"라며 "뷰티용품의 경우 직접 사용하려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방문한 매장에서도 싱가포르 국적의 관광객은 젓가락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홍콩에서 친구와 함께 한국 여행을 온 에밀리(Emily·19세)씨는 "가격이 저렴해서 기념품으로 사갈 식품 제품을 고르고 있었다"라고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캐릭터 알람시계나 의자 다리 커버 등을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스위스에서 온 멜라니(Melanie·26세)씨는 "다이소에서 캐릭터 알람과 의자 다리 발커버 등을 구매했다"라며 "귀엽고 유용할 것 같아 제품을 구매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과 올리브영 방문 계획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는 "아직 방문하지 않았다"라면서도 "가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방문하게 된다면 제품이 다양하게 있는 올리브영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에서 만난 호주 국적의 주니퍼(Juniper·28세)씨는 "디자이너 제품의 가방, 스킨케어 제품을 면세점에서 구매했다"라며 "면세점은 편안한 분위기라는 강점이 있다. 어떤 제품을 구매하느냐에 따라 어느 매장을 들릴 지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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