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장기화하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돌파를 위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로봇 제조사들과 발 빠르게 협업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여겨지는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사진=LG에너지솔루션)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내년 테슬라가 출시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에 자사가 개발한 4680(지름 46mm, 높이 80mm)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 2170(지름 21mm, 높이 70mm) 대비 에너지 밀도가 약 10% 높고, 에너지 저장용량은 최대 8600Wh(와트시)가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옵티머스 1세대의 저장용량인 2300Wh 대비 약 4배 늘어나는 수치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팔과 다리를 사용해 복잡한 움직임을 수행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 처리량이 많아 전력 소비량이 매우 큽니다.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1회 충전 시 구동 시간이 1~2시간에 그칩니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성이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차세대 배터리 수요처이자, 새로운 사업 확장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32년 660억달러(약 91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삼성SDI(006400)는 현대차·기아와 협업에 나섰습니다. 양사는 최근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협업의 핵심은 배터리 형태를 제한된 공간에 최적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출력과 사용 시간을 대폭 늘린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개발하는 데 있습니다. 앞선 3월에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삼성SDI는 2170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 달이(DAL-e)와 배송 특화 로봇 모베드(MobED)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처럼 협업 결과물이 하나둘 공개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틀라스 고도화에 있어 삼성SDI와 지속적인 협업이 예상됩니다. SK온의 경우 로봇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자동차 업체는 없지만, 중장기적인 포트폴리오에는 로봇 전용 배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새 먹거리인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가 전기차 중심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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