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부인 설난영 씨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오전,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긴급’기자회견을 공지했습니다. 다들 ‘긴급한’ 뉴스를 기대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그의 입에서 “후보 배우자의 TV 생중계 토론을 제안한다”는 말이 튀어나오자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졌습니다. 그러고는 뜻하지 않게 한 명의 후보를 걱정(?)해줬다고 합니다. “미혼인 이준석 후보는 어떡하라는 말이냐?”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즉각 “해괴하고 어처구니 없는 제안”, “(대선을) 장난치듯 이벤트화 하지 말라”고 거부했고, 이준석 후보도 “아무말 대잔치”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제안은 몇 시간 만에 없던 일이 됐습니다. 하지만 어제 기자회견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국민의힘과 김문수 선대위의 총체적 난국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배우자 토론’을 기획한 의도는 뻔합니다.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부각하려는 꼼수입니다. 상대가 거부하면, ‘찔리는 게 있어 못한다’는 공세까지 염두에 뒀겠지요. 어눌한 말투의 김문수 후보에 비해, 김 후보 부인 설난영씨가 노조위원장 출신답게 거침없는 언변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겁니다. 실제 설씨는 엊그제 보수 성향 유튜브에 나와 “법카를 개인이 사용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김혜경씨를 몸소 저격해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에서 멈춰야 했습니다. 설씨를 십분 활용하려고 즉흥적으로 낸 아이디어는 많은 이들의 분노와 조롱을 불러왔습니다.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배우자를 뽑는 것이냐”, “김건희를 오래 모시다 보니, 이젠 배우자를 대통령으로 인식하는 거냐”, “1인가구, 비혼자에 대한 고려는 애초에 없는 정당이냐” 등등.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배우자가 공인일 수는 있지만, 공직자는 아니다’라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김건희씨가 국정 개입을 일삼았던 것도 이런 원칙을 무시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국민의힘 스스로 ‘김건희’를 다시 선거판에 소환하는 패착을 둔 셈이지요.
보수 단일화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준석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던 김문수 후보도 머쓱하게 됐습니다. 후보와 당의 행보가 전혀 조율되지 않고, 아무 제안이나 막 던지는 엉망진창의 소통 부재 상황. 이게 보수 본진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입니다.
끝으로, 이런 제안을 직접 발표한 김용태 비대위원장도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배우자 토론회’가 김 위원장의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이걸 거르지 못하는 실력이라면 곤란합니다. 비대위원장 역할도 당내 친윤계 주류들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 놀음에 불과합니다. 어제 <토마토의 오늘아침>에서는 40살 이준석 의원의 토론 태도를 언급하며 “젊음의 이미지를 함부로 소진하지 말아달라”고 청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35살 김 위원장에게 “젊고 반듯한 이미지를 방패로 삼으려는 교활한 늙은이들에게 너무 쉽게 이용당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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