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삼성 100조의 딜레마)③메가딜 대신 '지분 침투'…중국 로봇에 눈독
로봇 분야 '우회 인수' 가능성…중국 기업 지분 매입 소식도
유니트리·유비테크·플렉시브 등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
2025-05-22 06:00:00 2025-05-2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0일 16: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이 올해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 조짐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조 단위 인수를 통한 미래성장동력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그동안 잠잠했던 삼성의 행보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초격차'를 다시 꺼내 들었고, 총수의 입에선 '사즉생'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펴게 할 '초대형 M&A'가 성사될 수 있을지 <IB토마토>가 취재했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최근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 그룹을 인수하는 등 대형 인수합병(M&A)을 재개하며 인공지능(AI)과 로봇, 메드텍 등 미래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또 한 번 초대형 M&A가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유력 후보군에 오른 주요 기업들을 이미 인수했거나, 조단위 몸값의 기업들은 각종 규제로 인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 직접 인수 대신 지분에 투자하는 '우회 인수' 전략을 택하는 모양새다. 특히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 기업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사진=삼성전자 뉴스룸)
 
M&A는 부담, 지분투자 전략 선회
 
삼성전자는 그동안 글로벌 반독점 규제 등으로 초대형 인수합병(M&A)보단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나 지분 투자 등의 형태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분 투자를 통해 기술 공동개발에 따른 시너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고,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이 사실상 미리 진행되는 셈이라 위험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각국의 반독점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규모 M&A 대신 핵심 개발자를 영입하거나 기술 라이스를 사들이는 '우회 인수'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로 이름을 알린 무스타파 슐레이만을 AI 사업 책임자로 영입한 것도 그중 하나다. 딥마인드는 영국의 인공지능 연구 기업으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탄생시킨 기업이다.
 
MS는 무스타파 슐레이만이 딥마인드를 나와 설립한 인플렉션AI를 직접 인수하기보단 직원 70여 명을 고용하고 기술 라이센스로 6억5천만 달러를 지불하면서 우회 인수 전략을 택했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합병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나면서 해당 인수에 대한 조사도 피할 수 있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당장의 실적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플랙트 그룹 인수에 이어 AI, 로봇 등 인수에 따른 리스크가 비교적 큰 분야에서의 우회 인수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로봇기업 투자 소식 '솔솔'
 
삼성전자의 우회 인수 전략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확대가 대표 사례다. 삼성전자는 2023년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7%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해 35%까지 지분을 확대하면서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로봇 분야는 당장의 수익보단 아직까지 투자 비중이 높은 분야로,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자인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미래로봇추진단 단장에 임명하면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인수에 대한 리스크 부담이 높은 만큼, 삼성전자가 지분 매입을 통한 우회 인수 전략을 한 번 더 택할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초 첫 공식 해외 출장지로 중국을 향하면서 로봇 분야를 눈여겨봤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AI와 로봇 산업 모두 후발주자로 평가되고 있어, 미국 주요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한 발판으로 중국 로봇 기업에 대한 우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로봇기업의 성장세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올해 첫 공식 해외출장지로 중국을 선택키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로봇 분야와 관련된 중국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현지 관계자들을 통해 새어 나오고 있다"며 "인수가 진행된다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비슷한 방식일 것"이라고 전했다.
 
 
 
유력 후보 기업으로는 유니트리 로보틱스, 유비테크 로보틱스, 플렉시브 로보틱스 등이 꼽힌다.
 
유니트리 로보틱스는 중국 비상장 기업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된 유비테크 로보틱스와 함께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거론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시리즈C 투자 단계에서 기업가치가 약 80억 위안(1.5조원)에 책정된 바 있다. ‘유니트리 H1’은 최대 3.3m/s에 이르는 고속 이동이 가능해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백플립 등 고난도 동작까지 구현 가능해 관련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올해 1월 중국에서 열린 춘제 갈라쇼에 선보인 뒤 해당 모델은 판매가격이 65만 위안(약 1억2900만원)임에도 출시 직후 매진되는 등 당장의 매출과도 이어지고 있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플랙시브 로보틱스도 AI로봇 융합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미래형 공장 전략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기업으로, 유력 인수 후보에 꼽힌다. 시아순 로보틱스 등 일부 중국 국유기업과 달리 메이투안, 가오롱캐피탈 등 중국 내 민간 자본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플렉시브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2016년 미국 스탠포드대 사내 벤처로 출발했다. 설립 이후 2020년과 2022년 두 번에 걸친 시리즈B 단계에서 각각 약 1억 달러를 조달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 있어, 인수 후보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M&A의 경우 반독점 규제나 각국 정부의 사전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성사가 어렵다"라며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중심으로 지분 매입 후 자회사 편입이라는 공식을 한 번 더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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