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주택 빼고 '재건축 완화'…이재명, 문재인과 '차별화'
(부동산 공약 검증)①이재명의 '우클릭'
문재인정부 '규제 강화' 정책과 선 긋기
'공급 확대·규제 완화' 앞세워 중도 공략
2025-05-18 18:09:34 2025-05-18 18:38:59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 문재인정부와는 다른 노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세제·대출·개발 측면에서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쳤던 문정부와 달리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완화'를 천명한 것입니다. 고품질 공공주택인 '기본주택' 100만가구 공급과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 도입 등 이 후보가 지난 20대 대선에서 제시한 공공성 중심 공약과 비교해도 많이 달라진 양상인데요. 이른바 '우클릭'을 가미한 '실용주의 공약'으로 중도보수 표심 확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집 사는 사람 말리지 말자"…'공급' 강조
 
18일 <뉴스토마토>는 문재인정부 시절 시행한 부동산 정책과 이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비교·분석했습니다. 공통점은 신도시 개발과 공공임대주택 확대뿐, 도시정비사업 정책은 정반대를 향했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수도권 '주택 공급책'으로 교통이 편리한 '4기 스마트 신도시'를 개발해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 등 1기 신도시의 노후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경기 수원·용인·안산과 인천 연수·구월 등 노후 계획도시 정비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서울의 경우 도시정비사업 진입장벽을 낮추고,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오래된 집을 부수고 새 집을 짓는 허들을 낮추고 집을 더 지을 수 있도록 건축 규제를 풀어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촉진시키겠다는 복안입니다.
 
앞서 문정부는 주택 수요 충족을 위해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에 3기 신도시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신도시 건설은 초기 단계에서 주택 입주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당시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한 '단기 특효약'은 아녔습니다.
 
이에 뒤늦게 공공재개발·재건축 방안을 내놓으며 서울 도심에 '공급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공공재개발·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적 기관이 참여하는 도시정비사업입니다. 그러나 적절한 공급 시기를 놓치고 부동산 폭등세를 잠재우지 못한 문재인정부는 결국 윤석열정부에 정권을 내주게 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후보가 재건축·재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선제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러한 문재인정부의 패착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와 관련해서도 문재인정부와는 다른 길을 갈 것으로 엿보입니다.
 
문재인정부는 다주택자와 15억원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동산 세제를 강화했습니다. 보유세 등 세제 책정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오는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올리는 정책도 시행했죠.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납부해야 하는 세액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를 차근차근 조였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굳이 집 사겠다는 사람들을 말리지 말자"며 세제와 대출 규제 최소화를 시사했습니다. 그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세금을 때려서 억누르지 말고 그냥 놔두고 대신에 관여할 수 없거나 관심이 없으면서도 살만한 집을 구해야겠다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공급하자"고 말했습니다.
 
또한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에 접근하는 걸 막을 길은 없다. 그걸 억지로 하려다가 부작용이 많이 생겼다"며 "투자 수단으로 집을 사자는 게 아니고 '살아야겠다'고 하는 데는 충분한 주거를 공급해줘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국토보유세' 주장했던 사람"…시장은 '반신반의'
 
이 후보의 이번 공약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발표한 것과도 차이가 큽니다. 당시 이 후보는 임기 내 주택을 250만 가구 이상 공급하고, 이 중 100만 가구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는데요. 기본주택이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가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살 수 있는 주택을 말합니다.
 
국토보유세 도입도 제안했습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 보유자들이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후보는 "부동산 투기 차단 목적의 교정과세인 국토보유세를 부과하면 반발이 따른다"며 "이를 전액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해 조세저항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선을 앞둔 지난 2021년 부동산 정책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는 "집은 돈 벌기 위해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행복을 위해 '사는 곳(Living)'"이라며 "주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불과 4년여 전 공공성을 강조했던 터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를 앞세운 이번 공약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눈치입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부상한 의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여부입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한 개발 이득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취지의 과세로, 재건축사업 '대못 규제'로 꼽힙니다. 노무현정부에서 도입했으나 이명박·박근혜정부가 시행을 미뤘고, 문재정부가 이를 부활시켰습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진성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지난 16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정부 정책이나 투자 과정에서 집값이 상승한 부분이 있는데 재건축을 했다고 해서 과도하게 그 이익을 누리는 것은 공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론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공약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우클릭 정책'으로 전향한 것은 중도층 흡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면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우클릭 정책'이 계속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민주당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진영을 떠나 문재인정부의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서 역효과를 냈던 기억이 있는 만큼 반시장적 정책에 대한 걱정이 깔려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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