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문학, 방송, 영화, 음악, 미술, 사진 등 각 분야 창작자를 대표하는 15개 단체(창작자 단체)가 인공지능(AI) 시대에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은 AI 학습 과정에서의 무단 저작물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관련 법제도 개선과 AI 학습 데이터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창작자 단체들은 1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성형 AI의 무단 학습으로 창작자의 권리가 광범위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내년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에 창작물 보호 관련 내용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유수천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은 “AI 산업의 발전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국가가 정책적으로 산업 진흥에만 몰두하고 창작물 보호를 외면한다면 창작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병일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부이사장도 “AI 기술은 인간의 창작물에 기대어 발전해온 만큼, 창작자 권리 보호는 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창작자 단체들은 1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법제도 개선과 AI 학습 데이터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사진=한국방송협회)
이들은 해외 주요국에서 창작자 보호와 AI 기술 발전이 공존하고 있는 사례를 제시하며, 한국도 시급히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럽연합은 ‘AI Act’을 통해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미국도 AI 개발 과정에서의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안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반면, 국내 주요 AI 기업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학습에 활용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저작권 침해 피해를 입은 창작자가 오히려 입증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실제 지상파 3사(KBS, MBC, SBS)는 지난 1월 네이버(
NAVER(035420))를 상대로 AI 모델 학습에 뉴스 데이터를 무단 활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학습 여부와 침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주체는 언론사 측입니다.
이에 대해 안재영 한국방송협회 저작권 실무조정위원은 “입증 책임이라는 구조 때문에 창작물이 AI 학습에 사용됐는지,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창작자에게 떠넘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창작자 단체들은 △AI 학습에 사용된 창작물의 투명한 공개 △저작권법 준수 △정당한 보상 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 조항을 AI 기본법에 포함시킬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해외에서도 창작자와 기업 간의 소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15개 단체가 연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표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지상파 3사의 소송도 사법부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작가회의,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등 총 15개 창작자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창작자 단체들은 1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 관련 법제도 개선과 AI 학습 데이터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사진=한국방송협회)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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