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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22일 18: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국투자캐피탈이 지난해 금융지주 ‘지급보증’ 조달 규모를 크게 줄이고 ‘자체신용’ 부문을 대폭 늘렸다. 그동안 지주의 지급보증 한도를 꽉 채워 왔는데, 이번에는 활용도를 낮췄다. 신용도가 우수한 지주의 보증을 받으면서 자금 조달에서 이점을 가져가던 것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이자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 실적 부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주사 '지급보증' 조달 감소…한도 소진율 '뚝'
22일 여신전문금융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캐피탈은 지난해 총 차입부채 규모가 4조3837억원이다. 이 가운데 자체신용으로 조달한 금액은 2조8587억원이며, 지급보증을 받은 것은 1조5250억원이다.
지급보증이란 한국투자캐피탈이 발행하는 회사채(여신전문금융사채), 기업어음(CP) 등에 대해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071050)가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 채무를 보증하겠다고 약정하는 것이다. 지주가 지급보증 한도를 연간 단위로 설정해 놓으면 캐피탈사는 그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자체신용 조달이 크게 늘어난 반면 지급보증은 줄어들었다. 자체신용 조달 금액은 전년 대비 65.6%(1조1325억원) 증가했으며, 지급보증은 34.4%(8000억원) 감소했다.
지급보증 한도는 2023년이 2조6000억원, 2024년이 2조4000억원이다. 한도 소진율은 2023년 89.4%였는데, 지난해에는 63.5%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한국투자캐피탈의 한도 소진율은 96.7%~100.0% 수준에서 채워졌는데, 지난해 들어 활용도가 특히 줄었다.
지급보증 실행 규모가 줄어들면 조달비용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지급보증은 신용도가 훨씬 우수한 곳에서 제공받는 만큼 발행사 신용등급 역시 본래보다 높게 책정된다. 한국투자캐피탈의 회사채 발행 신용등급은 ‘A(안정적)’인데, 지급보증을 받으면 ‘AA-(안정적)’ 등급에서 채권 발행이 가능하다. CP는 발행 등급이 ‘A2’에서 ‘A1’으로 올라간다.
최근 발행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캐피탈이 지난 4일 자체신용 등급인 A0에서 발행한 제126-1회차 400억원 1년9개월물의 금리는 4.13%다. 반면 지난 2월 지급보증을 받아 AA- 등급에서 발행한 제124-1회차 1000억원 2년11개월물은 금리가 3.295%다. 대략 1%p 내외에서 격차가 난다.
지주사 의존도 줄지만 이자비용 급증
자체신용 조달을 늘리면 지주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조달 방식을 다양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의 가치 평가도 제고될 수 있다.
여신전문금융 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자금 조달을 지급보증에 의존하면 나중에 지주에서 불가피하게 한도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 충격이 발생한다”라면서 “조달처를 다변화한다는 측면에서 자기신용으로 다루는 비중도 어느 정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금융지주)
다만 재무 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조달비용 증가라는 반작용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급보증 비중이 하락하면서 금리 이점을 충분히 가져가지 못한 결과 조달 부담이 눈에 띄게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2023년 한국투자캐피탈의 조달비용률은 3.0%로 전년 대비 0.3%p 오른 바 있는데, 지난해에는 4.2%로 1.2%p 상승했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조달 부담이 완화되고 있는 여신금융 업계 전반의 흐름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1313억원에서 1776억원으로 35.3%(463억원)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이자마진은 2103억원에서 146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자마진율은 4.0%에서 2.7%로 1.3%p 하락했다. 이자마진은 고금리 시기였던 2022년과 2023년에도 성장을 이어갔는데 이번에 역성장하게 됐다.
한국투자캐피탈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13억원으로 전년도 1327억원 대비 크게 부진한 상태다. 대손비용(1097억원)과 함께 이자비용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단순 비용적 측면에서는 이자비용이 대손비용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투자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차입부채 조달 방식은 시장의 여건과 자금 운용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라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보증이나 자체등급 조달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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