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17:1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무궁화신탁이 자회사 케이리츠투자운용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금융당국의 제재와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해 원매자들이 잇따라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무궁화신탁의 자본건전성 확보와 경영개선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부동산 투자 업계에 따르면 케이리츠투자운용이 지난 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뒤 원매자들이 모두 인수 의향을 철회하면서 매각이 중단된 상태다.
무궁화신탁 본사가 있는 역삼 포스코타워 (사진=무궁화신탁)
케이리츠투자운용은 약 4조원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다. 2007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인가를 받았고, 2019년엔 전문사모집투자업에도 겸영 등록했다. 무궁화신탁이 '무궁화성장1호' 펀드를 통해 케이리츠투자운용의 지분 98.23%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 추진 대상은 무궁화신탁이 간접적으로 보유한 케이리츠운용 지분 전량으로, 시장가치는 600억~8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협상이 지연되면서 당초 2월로 예정됐던 우선협상자 선정이 미뤄졌다. 무궁화 신탁은 지난해 말 케이리츠투자운용 매각 작업을 추진하며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예비입찰 단계에서 총 4곳의 원매자로부터 제안을 받은 바 있다. 예비입찰 단계선 전략적투자자(SI) 중심의 원매자가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지난 1월 본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부과받은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경영개선명령은 금융위가 부과하는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수위가 높다.
K리츠투자운용은 2024년 퇴사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펀드 투자로 수익을 얻은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로 인해 신규 펀드 설정 및 기존 펀드 추가 설정이 3개월간 금지됐으며, 2억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또한, 준법감시인 선임 절차 위반과 부수업무 미신고로 추가 과태료 4400만원이 부과되며 컴플라이언스 부실 문제가 드러났다. 본입찰 단계에서 원매자 4곳 중 2곳이 이탈했으며, 남은 2곳도 최근 인수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리츠투자운용의 최근 실적 악화도 이번 매각 불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리츠투자운용의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118억원으로 전년도 53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5억원에서 2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2022년 무궁화신탁 인수 이후 1년 만에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반토막난 데 이어 적자 전환은 매각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궁화신탁, 자본건전성 확보 '비상'
무궁화신탁이 케이리츠투자운용을 급히 매각하는 이유는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무궁화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69%로 집계되면서 금융당국의 주시 대상이 됐다. 신탁업자의 NCR가 150% 이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중 경영개선권고 대상에 해당한다. 무궁화신탁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며 K리츠투자운용과 현대자산운용 매각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으나, K리츠투자운용 매각 무산으로 계획 이행에 차질이 불가피해다.
업계에서는 K리츠투자운용의 매각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무궁화신탁이 2022년 K리츠투자운용을 400억원에 인수한 점을 고려하면, 초기 기대 가치(800억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K리츠투자운용의 적자 전환은 헐값 매각 가능성을 높인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영개선명령은 금융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중징계"라며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부동산 업황도 좋지 않아 매각 절차가 다시 진행되더라도 몸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무궁화신탁의 재무 위기는 계열사 확장과 부실 자산 문제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오창석 회장은 2016년 무궁화신탁 인수 후 케이리츠투자운용을 비롯해 현대자산운용, 무궁화캐피탈 등을 사들이며 사업을 확장했으나, 고금리 차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무궁화신탁은 부채비율 168%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무궁화신탁은 금융위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이 최근 받아들여지면서 '인가 취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그러나 오 회장이 보유한 지분과 계열사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매각이 불발된다면 향후 경영개선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현대자산운용의 매각을 위한 실사가 진행 중이지만, 인수 희망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궁화신탁 관계자는 "케이리츠투자운용의 매각 절차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