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나와라"…청구서 '폭풍전야'
'5대 협상국' 든 한국…한·미, 다음주 무역 협상
무역·통상부터 방위비까지…포괄적 관세 협상
'빠른 협상'·'최선 제안' 압박…서두르는 정부
2025-04-15 17:21:50 2025-04-15 17:21:50
[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등 5개 우방국과 무역 합의를 먼저 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미 간 관세 협상을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과의 우선 협상 방침을 밝히면서도 '빠른 협상', '최선의 제안' 등을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이르면 다음 주 진행될 한·미 고위급 협상에서는 무역·통상부터 방위비까지를 아우르는 포괄적 관세 협상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정부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 추진을 비롯해 미국과의 접촉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협상 결과 도출에 급하게 매달리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먼저 하는 국가가 유리"…미, 노골적 압박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지난주 베트남, 수요일(16일)에는 일본, 다음 주에는 한국과의 협상이 있다"면서 "(협상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며 '빠른 협상'을 강조했습니다. 또 "난 각 나라들에 '최선의 제안(A-game)을 가져오라'고 말한다. 뭘 들고 왔는지 보고 거기서 (협상을) 시작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특히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국과의 협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할 것"이라고 압박했습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선트 장관이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인도, 일본 등 5개국을 '최우선 목포'로 삼고 이들과의 협상을 우선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WSJ은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무역 자문으로 협상을 이끌게 된 이후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국가들과 신속하게 소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상호관세 90일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협상을 타결할 국가가 있겠느냐는 질문엔 "여러 나라가 있을 수도 있고, 실제 무역 협정문은 아닐 수 있지만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해 그 기반 위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대한 신중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전통적인 무역협정이 아닌 무역수지 개선과 무역장벽 완화 약속이 담긴 형태의 합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는 제한적인 범위의 무역 협상을 하는 데도 몇 개월이 걸린 만큼, 90일 안에 모든 국가와 전통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무역·안보 연계 '원스톱 쇼핑'을 언급한 만큼 시간이 더욱 촉박합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완전히 없앨 수도 있냐는 질문엔 즉답을 피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 경제부 건물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기 대선 막 올랐는데…'권한대행' 체제서 협상
 
정부는 미국과의 본격 무역 협상을 앞두고 서두르고 있습니다. 현재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다음 주 워싱턴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관세 조정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전날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한미) 양국 간 협상을 위해 산업부 장관을 중심으로 협상단을 구성하고, 빠른 시일 내 방미를 추진해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앞서 안 장관은 트럼프 신정부 출범 후인 지난 2월과 3월 각각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장관 등 트럼프 신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미국의 관세 계획에 관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 측이 크게 관심을 두는 조선 등 양국 간 산업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습니다. 안 장관은 내주 협의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 조선협력 강화 등의 카드를 가지고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협상한다는 계획입니다.
 
더불어 한국과의 협상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만남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됩니다. 최 부총리는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최 부총리는 워싱턴 방문 기간 중 베센트 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경제안보장관회의를 신설해 미국 측 관심사항을 중심으로 대미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부처별 역할분담 체계 등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현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 결과 도출에 속도전으로 매달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특히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기 다양한 국내 이해관계가 얽힌 대미 통상 협상이 진행되는 것에 우려를 표합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미·중정책연구소장은 15일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대리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그런 협상을 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현재 현상을 관리하는 정부 형태이기 때문에 국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차기 정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결정들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국가의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국가 안보적 차원의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더 신중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양보를 받기가 쉽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대행 정부가 다음에 들어설 정부를 대신해 통상을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결심을 하질 않길 바란다"며 "한덕수 대행 체제가 한국의 통상, 외교, 안보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헌법적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 장단에 맞춰서 먼저 춤을 추질 않길 바란다"며 "한 발짝 물러서서 90일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으니, 미국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먼저 들어보는 등 조금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서울 공관에서 경제안보전략 TF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