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저작권법 경계서 갈등
AI 창작도구 급증…텍스트·이미지·음악까지 제작 가능
데이터 학습 과정서 저작권 침해 우려…현행법 대응 한계
국내외서 미디어 소송 확산
2025-04-14 13:57:13 2025-04-14 17:53:06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 도구로 활용되면서 저작권 침해 논란이 거셉니다. AI가 학습에 활용하는 데이터의 출처와 창작물의 법적 권한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자 국내외 미디어·음악 업계와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AI 기술 발달로 콘텐츠 창작을 위한 생성형 AI 도구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텍스트 입력·이미지 파일 업로드만으로 그림을 생성하는 '미드저니', 이미지 묘사시 비슷한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달리', 가사와 장르만 넣어도 음악을 생성하는 '수노AI'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들입니다. 
 
하지만 AI가 결과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데이터를 둘러싸고 저작권 갈등이 불거지는 양상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거대언어모델(LLM)은 수백억개 이상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학습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이 과정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행 저작권법은 ‘표현’을 보호하지만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으며, 화풍이나 스타일은 아이디어에 가깝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물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습니다. AI 시대 이전에는 모든 창작물이 인간의 손을 거쳐 탄생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AI가 창작물을 생성하고 있어 법적 대응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더욱이 실질적 유사성, 의거성 등 저작권 판단 기준은 AI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딥러닝 기반 AI는 내부 과정의 추적이 불가능에 가까워, 어떤 저작물을 침해했는지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AI가 결과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데이터를 둘러싸고 저작권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작권 침해 여부가 여전히 회색지대에 놓여 있는 가운데, 오픈AI는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픈AI는 지난달 25일 GPT-4o 기반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출시했는데, 지브리 스타일 변환 기능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가입자 수가 5억명을 돌파했습니다. 공개 일주일 만에 1억3000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생성한 이미지 수는 7억개에 달했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1분기 수익은 전 분기 대비 약 30% 증가해 12억4500만달러(약 1조7772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디어 업계를 중심으로 저작권 보호에 나서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미국 미디어 기업들은 정부에 AI로부터 콘텐츠 보호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내 수백개 미디어 기업들은 ‘책임 있는 AI를 지지한다’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AI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은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오픈AI의 기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지난 2월, 한국신문협회는 생성형 AI 학습에 자사 기사를 무단 활용한 네이버(NAVER(035420))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앞서 한국방송협회도 지난 1월, 방송사 기사를 AI 학습에 무단 활용했다며 네이버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달 24일부터 AI를 활용하지 않고 인간의 창작적 기여만으로 이뤄진 저작물임을 저작권 신고자가 확인·보증하는 절차를 도입했습니다.
 
저작권 사각지대에 따른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생성형 AI 사용 시 유의 사항, 저작권 등록 절차 등을 정리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지난해 발표했습니다. 해당 안내서에는 AI 사업자, 저작권자, 이용자 등을 위한 주요 가이드라인이 담겨 있습니다.
 
IT업계 전문가는 “앞으로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 판단의 모호함이 많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인간과 AI의 영역을 자동으로 식별할 수 있는 관리 기술, 인간의 창작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하는 기술, 그리고 저작권과 관련된 법적 해석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설정한 엑스 프로필 사진. 챗GPT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지브리 스튜디오 화풍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미지=샘 올트먼 오픈AI CEO 엑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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